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속의 사라는 구세군 선교사다. ‘구세군 선교사’라는 타이틀에서부터 그녀의 고지식함이 엿보인다. 사라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우고 성경을 옆구리에 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절대 꼬실 수 없을 것 같은 여자’다. 청초한 느낌의 사라는 마치 무너뜨릴 수 없는 철옹성처럼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도 가슴 한쪽에 뜨거운 욕망을 가진 ‘여자’다.

- 여자, 그 이름 속 뜨거운 열정!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것이다. 낯선 남자의 품에서 위험하고 뜨거운 욕망을 느껴보거나 알콩살콩한 사랑을 나누는 꿈을 말이다. 사라도 겉으로는 고지식해 보이지만 그 안에 뜨거운 욕망을 갖고 있는 여자다. 곱게 자란 티가 팍팍 나는 사라는 자신의 욕망을 꾹꾹 누르고 있을 뿐이다. ‘겉은 구세대면서 속은 신세대’인 사라가 내면을 억제하면서 사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사라의 내면에 잠재한 열정은 ‘스카이’의 등장으로 발휘되기 시작한다. 스카이는 천재도박사다. 스카이는 친구인 ‘네이슨’과 ‘절대 꼬실 수 없을 것 같은 여자’와 함께 ‘하바나 클럽’에 같이 가 하룻밤을 보내는 내기를 한다. 스카이는 사라에게 ‘기도회에 데려갈 13명의 범죄자를 구해줄 테니 함께 하바나 클럽에 가자’고 말한다. 여자는 낯선 남자의 접근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은근슬쩍 위험과 설렘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낀다. 사라는 스카이의 제안을 구세군을 위해 받아들인다. 하지만 낯선 남자의 등장은 닫힌 삶을 살았던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카이’와 함께 찾은 ‘하바나 클럽’에서 사라는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 있던 열정이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인간의 욕망은 다른 매개체를 통해 발산될 때 훨씬 자신감 있고 뜨겁다. 사라 안에 내재된 욕망은 ‘스카이’라는 남자를 통해 ‘하바나 클럽’이라는 공간 안에서 ‘술’의 도움을 빌어 타오르기 시작한다.

- 먼저 다가갈 줄 아는 능동적 여자, 사라

사라는 감정 표현에 솔직한 ‘요즘 여자’다. 그녀가 감정표현에 솔직하지 못했던 것은 그동안 감정을 표출할 기회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바나 클럽’은 남녀가 몸을 밀착시킨 채 끈적한 춤을 추고, 보드카를 물처럼 마시는 곳이다. 감정이 넘실대는 ‘하바나 클럽’에서 사라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고는 스카이의 눈치를 살피며 “이게 뭐죠?”라고 묻는다. 처음으로 마셔보는 술에 그녀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난다. 알싸한 술의 끝 맛은 사라의 진심을 끌어낸다. 그녀는 그동안 굳게 잠가 놓았던 상의단추를 풀어내며 ‘하바나 클럽’의 뜨거운 열기를 즐기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다른 세상을 경험하면서 그녀는 신세대적인 여자로서의 면모를 서서히 드러낸다.

‘하바나 클럽’에서 사라는 ‘스카이’와의 시간을 통해 자신 안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찾는다. 심지어 ‘스카이’에게 먼저 키스를 할 정도로 대담해진다. 그녀는 다른 여자와 춤을 추는 스카이를 흘겨보며 질투심을 유발하려 다른 남자와 춤을 추기도 한다. 스카이가 아무 반응이 없자 그와 함께 춤을 추는 여자를 건드려 머리채까지 잡는다. 사라는 솔직하고 대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뮤지컬 ‘렌트’, ‘모차르트!’를 통해 섹시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뮤지컬배우 정선아가 사라 역을 맡았다. 정선아는 “기존과 다른 캐릭터라 하게 될 줄 몰랐다. 이지나 연출님이 밀어주셔서 하게 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의 보수적인 캐릭터였던 사라가 능동적이고 신세대적으로 표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아는 ‘청순가련형’의 대명사로 알려진 사라 캐릭터를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신세대적인 사라로 담아냈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