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포스트 에고 무용단의 ‘죽음의 조건’이 한국공연예술센터 공동제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2010년 초연 후 입체적인 무대를 통한 연극적 움직임과 무용수들의 뛰어난 춤 언어로 창무예술원 ‘몸’지가 주관하는 무용예술상에서 작품연기상과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포스트 에고 무용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안무가 정연수는 ‘죽음의 조건’에서 ‘지옥’의 7가지 죄악 탐식, 탐욕, 교만, 성욕, 분노, 나태, 시기의 요소를 통해 인간 위기와 실존에 대한 고민적 메시지를 던진다. 관계자는 “젊은 남성무용수 다섯 명이 부딪히는 상황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들, 의도됐던 혹은 의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모든 파멸로의 균열은 인간 내부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결핍과 고립이라는 두 가지 극한 상황을 놓고 각기 다른 두 에피소드로 연결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인간 삶의 필수적 요소를 물이라고 설정, ‘만약 물이 없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무용수들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물이 담긴 컵을 빼앗아 서로가 차지하기 위한 게임을 시작한다. 컵 안에 담긴 물은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고독을 상징하는 오브제가 된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고립된 상황을 벗어나려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한다. 관계자는 “그 상황 속에서 마주하는 본연 그대로의 자아, 그리고 받아들이기”라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뒤 구분 없이 연결돼 있는 삶과 죽음의 세계에서 인간은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끝도 없이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진으로는 이영찬, 안성우, 최병훈, 류장현, 문선경, 정연수 등이 함께한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우수레퍼토리로 선정된 포스트 에고 무용단의 ‘죽음의 조건’은 3월 12일부터 1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