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로버츠보다 사랑스러운 여인이 등장한다.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주먹 만 한 얼굴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귀여운 그녀의 이름은 바로 최고은. 나이는 이십대지만 정신연령은 7세, 하지만 요리전문학교에서 자신과 비슷한 성일을 만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시작한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를 만들어낸 이는 다름 아닌 보통 사람 두 배의 몸집의 투박한 삼십 대 남자 이승원이다.

게리 마샬 감독의 ‘사랑하고 싶은 그녀’에서 모티브를 얻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은 그의 말대로 “장애라는 시선에서 탈피한 사랑, 그리고 사람이야기”다. 10년 전 개봉한 이 영화는 언어장애를 가진 두 남녀가 사람들의 조롱하는 듯 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사랑을 그려내 많은 감동을 주었다. 5년 전 이 영화를 보고 ‘전문학교’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간다는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다는 이승원 연출은 “지금까지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에서 탈피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역설적인 힘을 기대했죠. 영화 속에서도 힘들게 사랑하는 모습보다 일반인 같이 사랑하고 싶어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언젠간 꼭 한 번 연극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라고 전했다.

연극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여주인공 이나민 배우는 ‘캣츠’ 등의 굵직한 뮤지컬 작품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뮤지컬 배우다. 애초에 뮤지컬로 제작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녀와의 인연이 닿을 수 있었다. 이나민 배우가 ‘이 역할은 꼭 하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고. 이승원 연출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선택한 만큼 정서나 캐릭터가 잘 살았어요. 평소의 성격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면도 있고요. 그런 지점이 역할과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구조상 이 작품은 고은의 집, 성일의 구멍가게, 요리전문학교, 놀이공원 등 크게 네 개의 공간을 필요로 했다. 중간 중간의 암전을 통해 무대가 요란스럽게 전환된다. 극이 시작되기 전 무대 인사를 통해 맨 앞줄에 앉은 관객에 대한 배려의 멘트도 잊지 않는다. 이성일 연출은 “처음 무대를 구상할 때 ‘추상’으로 갈 것이냐, ‘리얼리즘’으로 갈 것이냐를 놓고 많이 고민했어요. 현재 무대는 그 둘을 절충한 것이죠. 극장의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리얼한 공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대신 암전이 되는 동안 재밌고 빠르게 이어지게끔 연출했죠”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연극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은 무대전환이 장면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에서 터지는 웃음 포인트가 군데군데 존재한다. 경쾌하다는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평소 이야기되지 않고, 소외된 우리 시대 사람들을 꺼내 보이고 싶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야기는 한계가 있고, 이런 이야기는 쉽게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그는 예술작품을 만들기보다 친숙하게 대중들과 호흡하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충분히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확신했어요. 무겁지만 가볍게 이 둘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로맨틱코미디기 때문에 웃고 즐기다가도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녹아져 있어요. 관객분들도 잔잔하게 웃으시면서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명랑만화를 보는 것 같은 포스터도 이 작품만의 특징이다. 다섯 명의 배우가 번갈아가며 연기하는 멀티역할은 무려 십 수가지.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사진보다 만화로 그려졌을 때 그 느낌이 더 생생하게 전달된다. “처음부터 사진으로 갈 생각은 없었어요. 만화 콘셉트를 가져옴으로 포스터로 먼저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죠. 그러면서 점점 발전하는 작품으로 관객들과 오래오래 공연하고 싶어요. 공연 자체는 사람이랑 같아서 얼마든지 발전이 가능해요. 유기체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