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연기상, 도전!

런던 팰러디엄 극장(The London Palladium Theatre)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의 열연배우는?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명배우는 바로 주인공 도로시와 호흡을 맞추며 환상적인 무대 연기를 선보였던 강아지 토토였다.

2천 석이 넘는 대형의 팰러디엄 무대에서 한 마리의 작은 강아지가 극중 상황에 딱 들어맞게 짖고, 배우의 품 안에 뛰어들고, 동선을 연기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그 정확함과 재치에 많은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번 프로덕션에서 토토를 연기한 ‘데이브’라는 이름의 이 강아지는 단순한 소품의 차원이 아닌 연기자로서 대접받을 만한 실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무대만큼 등장하는 동물들의 행동을 제어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곳도 없을 것이다. 온갖 조명과 무대 장치들이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실시간으로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을 관객들도 충분히 인지하기 때문에 동물들의 무대연기에 더욱 신기해하고 감탄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프로덕션에 출연하는 강아지는 꽤 엄격한 테스트와 훈련을 통해 선발된 무대 체질의 연기견이다. 공연의 주인공인 도로시역을 뽑았던 작년의 BBC TV오디션 프로그램 <오버 더 레인보우 (Over the Rainbow)>의 중간에 진행된 오디션으로 선발된 강아지가 지금의 토토인 것이다.


사보이 극장(Savoy Theatre)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에서 주인공 엘 우즈의 단짝친구로 출연중인 치와와 부르저도 극중 감초연기로 작품에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연기파 동물이 없다면?
이렇게 동물들이 공연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많은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공연을 위해 선택된 동물은 전문가에 의해 반복적인 훈련으로 완성된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동물의 연기를 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가지는 이유는 그 동물의 예측할 수 없는 실수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 같다. 의도되지 않은 동물의 돌발적인 행동은 배우들에겐 곤혹스런 일이겠지만 지켜보는 관객들에겐 또 다른 재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실제 동물들의 무대 연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대신할 무대용 동물들이 웨스트엔드에는 여럿 존재한다.

내셔널 시어터(National Theatre)의 연극 <워 호스(War Horse)>에 등장하는 실제 크기의 말 모양 퍼펫들은 극의 전개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작품의 예술적, 상업적인 성공에 많은 역할을 한 경우이다. 마이클 모퍼고(Michael Morpurgo)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무대화된 이 연극이 2007년 초연 후 웨스트엔드의 뉴 런던 극장(New London Theatre)에서 지금까지 롱런하며 브로드웨이 등 여러 다른 나라에서도 찬사를 받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실물 크기의 말 퍼펫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세밀한 연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Handspring Puppet Company)가 제작한 이 말 퍼펫들은 개체 하나 하나가 매우 정교하면서도 하나의 예술 작품을 연상케 할 정도로 디자인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움직임에 있어서는 3명의 배우가 각자 맡은 관절 부분들을 유기적으로 조종하는 정교한 장치들로 구성되어있다. 실제 이 퍼펫 디자인만으로 회사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여러 개의 무대 디자인 상들을 휩쓸기도 했다.

여러 동물의 모습들이 이미지로 재창조되어 무대에 가장 잘 접목된 작품을 꼽으라면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The Lion King)>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동명의 애니매이션을 무대화한 이 작품에서 연출과 함께 디자인을 맡았던 줄리 테이머(Julie Taymor)의 아프리카 동물들에 대한 무대적 재해석 작업의 결과물들은 무대 미술 디자인의 백미로 손꼽힌다. 현재 브로드웨이 뿐 아니라 웨스트엔드의 라이시엄 극장(Lyceum Theatre)에서 1999년 초연 이래로 12년째 장기 공연중인 이 뮤지컬은 공연을 좋아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이미 필수 코스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노벨로 극장(Novello Theatre)에서 공연중인 매킨토시의 뮤지컬 <베티 블루 아이즈(Betty Blue Eyes)>도 전면에 핑크빛 귀여운 돼지를 내세워 공연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1984년 영국의 코미디 영화 <어 프라이빗 펑션(A Private Function)>을 원작으로 제작된 이 뮤지컬에는 로봇으로 제작된 어린 돼지가 극의 장면에 맞게 무대에서 눈을 깜박이거나 몸을 움직이는 등의 귀여운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마치며

무대 위의 동물들의 연기를 경험해 볼 수 있다면 관객들에겐 공연장을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일 수 있다. 그것이 실제 동물이 훈련되어 보여지는가, 배우가 분장을 하여 의인화된 동물을 연기하는가, 아니면 퍼펫으로 대신하는 방법으로 보여지는가에 따라 공연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다음 웨스트엔드 작품에 출연할 동물은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까.

사진출처 각 프로덕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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