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들여다보기

2010 웨스트엔드를 결산하는 제 35회 로렌스 올리비에 상(Laurence Olivier Awards) 시상식이 지난 3월 13일, 시어터 로열 드루리 레인(Theatre Royal, Drury Lane)에서 열렸다.

전통적으로 올리비에상의 수상자를 결정하는 패널은 공연계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 공연에 일정 안목이 있는 일반 대중 패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다양한 패널의 구성은 언제나 수상자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올해의 시상식에도, 특히 뮤지컬 부문을 제외한 곳에서 예상을 뒤엎는 깜짝 수상이 많아 식을 보는 묘미를 더했다.

뮤지컬 부문

뮤지컬 부문은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와 ‘스티븐 손드하임’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작년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은 연극보다 경쟁이 약했고, 두드러지게 뛰어난 작품들도 적었기 때문에 올해의 뮤지컬 부문의 올리비에상 경쟁은 다른 부문들에 비해 싱거웠다. <금발이 너무해>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신작 <러브 네버 다이즈(Love Never Dies)> 정도가 뮤지컬 신작 부문에서 경쟁했고, 리바이벌 프로덕션 부문에 있어서도 완성도 높았던 손드하임 뮤지컬 프로덕션 외에는 메니에 쵸톨릿 팩토리의 <스윗 채리티(Sweet Charity)>가 유일한 후보로 올라왔다.

셔리던 스미스와 스티븐 손드하임, 데이빗 택스튼

<금발이 너무해>에서 ‘엘 우즈’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프로덕션의 성공에 기여한 셔리던 스미스(Sheridan Smith)의 여우 주연상 수상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금발이 너무해>에서 헤어드레서 ‘폴렛’역으로 연기한 질 하프페니(Jill Halfpenny)가 여우 조연상과 더불어 신작 뮤지컬상까지 휩쓴 <금발이 너무해>의 대중적인 인기를 이번 시상식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금발이 너무해>는 브로드웨이보다 웨스트엔드에서 더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이는 경제 위기로 인한 영국 사회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영국 관객들의 현실도피 심리가 작품의 특색과 잘 맞아 떨어지며 성공을 이끌어 내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반면 7개 부문에 후보를 내었던 로이드 웨버의 <러브 네버 다이즈>는 작품 자체 완성도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번 시상식에서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지난 해 손드하임의 80세의 생일을 축하하는 크고 작은 다양한 행사들이 영국 전역에서 벌어진 가운데, 축제 분위기의 절정은 이번 올리비에 시상식에서 맛볼 수 있었다. 오픈 에어 극장의 <인투 더 우즈(Into the Woods)>가 베스트 리바이벌 뮤지컬상을 받았고, 배우 데이비드 택스튼(David Thaxton)은 돈마 웨어하우스의 <패션(Passion)>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손드하임 자신은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와 안젤라 랜스버리(Angela Lansbury)의 소개로 특별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작품 활동에 많은 영향을 준 영국의 공연 관계자들과 관객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기도 하였다.

연극 부문

연극 부문에선 내셔널 시어터가 <애프터 더 댄스>와 <화이트 가드(The White Guard)>로 총 7개의 올리비에상을 수상하며 오랜만에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 날 가장 주목 받았던 작품은 테런스 라티건(Terence Rattigan)의 1939년작 <애프터 더 댄스(After the Dance)>였는데, 이 라티건의 연극은 사실 짧은 초연 기간 이후 70여년간 거의 잊혀졌던 작품이었다. 지난해 내셔널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 눈길을 끈 이후, 이번 시상식에서 베스트 리바이벌상, 여우 주연상, 남우 조연상, 의상상을 수상하며 라티건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올해는 20세기 영국 극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던 라티건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로 영국 전역에서 그의 여러 작품들이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시어터 로열 헤이마켓(Theatre Royal, Haymarket)에서 공연을 시작한 트레버 넌(Trevor Nunn) 연출의 <플레어 패스(Flare Path)> 또한 시에나 밀러와 셔리던 스미스의 열연으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며 라티건 연극의 재발견에 힘을 더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외에도 내셔널 시어터는 연극 <화이트 가드>가 연출상(하워드 데이비), 조명상(닐 오스틴), 무대디자인상(버니 크리스티)을 휩쓸며 올해 올리비에상의 절대 강자가 되었다.

한편 <킹 리어>의 데렉 자코비와 <햄릿>의 로리 키니어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했던 남자주연상 부문은, <헨리 4세(Henry IV)>의 팔스타프 역으로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 지난 여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로저 알람에게 돌아갔다. 올해 가장 치열했던 부문인 만큼 수상자 로저 알람의 기쁨 또한 매우 컸다.

연극계의 전통적인 강자 로열 코트 극장(Royal Court Theatre)은 세 작품으로 각각 세가지 부문을 수상하며 다양한 작품이 두루 사랑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재 웨스트엔드로 연장 이전된 브루스 노리스의 <클라이본 파크(Clybourne Park)>는 신작 연극상을 수상하였고, <트라이브스(Tribes)>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미셸 테리가 여우 조연상을, 젊은 권투 선수들의 성장이야기 <서커 펀치(Sucker Punch)>의 안무를 맡았던 리온 보가 안무상을 수상하였다.

기차역인 워털루역의 유로스타 철도를 공연장으로 변형, 실제 증기기관차를 등장시키며 현장감과 함께 순수한 감동을 관객들에게 안겨 주었던 <더 레일웨이 칠드런(The Railway Children)>은 최고 엔터테인먼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푸치니의 클래식 <라 보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번 프로덕션은 처음엔 35석의 소극장, 더 콕 테이번(The Cock Tavern)에서 피아노 한대로 시작된 작은 프로덕션이었다. 이후 150석의 웨스트엔드 소호 극장(Soho Theatre)으로 이전되며 선전했던 이번 프로덕션의 수상은 작년 시어터 503(Theatre 503)이 <마운틴 톱>으로 신작 연극상을 수상하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과 비교되는 소극장 프로덕션의 승리로 인식되고 있다.

이밖에

한편 시상식 안팎으로 이번 시상식에 참가했던 웨스트엔드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목소리를 높였던 이슈가 있었는데, 이는 바로 작년부터 영국의 보수당 연합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공연예술 지원금에 대한 대대적인 삭감에 반대하는 목소리였다. 관계자들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전역의 지방 극장과 공연 단체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심각하게 축소되면서 받는 타격은 조만간 웨스트엔드와 미래의 영국 공연 산업에 심각한 위기로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www.olivierawar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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