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배우는?
작성일2011.01.10 조회수8189
’는 ‘최고의 배우’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독자들..');)
영국인이 사랑한 배우, 랭킹 10위 (득표율)
1위 주디 덴치 (1934~) 21.5%
2위 매기 스미스 (1934~) 18.2%
3위 마크 라일런스 (1960~) 15.1%
4위 이안 맥켈런 (1939~) 13.5%
5위 로렌스 올리비에 (1907~1989) 11.5%
6위 폴 스코필드 (1922~2008) 7.8%
7위 존 기엘굿 (1904~2000) 4.1%
8위 마이클 갬본 (1940~) 3.5%
9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1937~) 3.2%
10위 랄프 리차드슨 (1902~1983) 1.5%
셰익스피어를 바탕으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배우들
'역사상 최고의 배우'라는 명제 자체가 지극히 제한적이고 개인에 따라 주관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조사의 의미가 객관적이고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현재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배우의 이상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다.
순위를 살펴보면 한눈에 알 수 있지만, 3위의 마크 라일런스가 가장 어린(?) 배우일 만큼 대부분의 배우들이 명성과 관록을 자랑하는, 시대를 풍미한 영국의 대표적인 배우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매체에 비해 무대 배우로서의 비중을 둔 이번 조사를 통해 그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은, 영국인들에겐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기본으로 연기 능력을 다진 배우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10위권의 배우들 모두 순위와 상관없이 탄탄한 실력과 지성으로 무장한 명불허전의 존재감이지만 그 중 상위 5명의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페르소나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1위 주디 덴치
주디 덴치는 한마디로 영국의 ‘국민 배우’로 불릴 만 하다. 1957년 리버풀에서 <햄릿>의 오필리아역으로 데뷔한 덴치는 그 후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는 종횡무진한 활약으로 영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배우다. 셰익스피어 배우로서 특유의 아름다운 운문적 어투도 인상적이지만, 상상 이상의 다양한 역할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이를 구체화시키는 다재다능한 연기력은 한마디로 그녀를 최고로 불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에서 셰익스피어 배우로서의 명성 뿐 아니라 오스카 와일드에서부터 스티븐 손드하임, 영화, 텔레비전 등 어떤 조건의 어떤 배역에서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그녀의 능력은 모든 연출자들에게 한번은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그녀의 위치를 각인시켜 준다. 이러한 그녀의 노력은 그 누구도 닿지 못한 7번의 올리비에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낳게 했고, 한 해에 연극과 뮤지컬 부문의 최고 여배우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2위 매기 스미스
우리에겐 <시스터 액트>의 원장 수녀, <해리 포터>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익숙한 매기 스미스이지만, 사실 그녀의 배우 경력을 들여다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로 꾸준히 노력하는 열정적이면서도 깊이있는 연기파 배우가 바로 그녀임을 알 수 있다.
1952년 옥스포드 플레이하우스에서 <십이야>로 처음 주목받은 매기 스미스는 1956년과 57년 각각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엔드에 데뷔하기 전까지 옥스포드에서 연기자로서의 실력을 다진다. 그 후 1970년까지 런던 내셔널 시어터를 중심으로 셰익스피어 배우로서 다양한 연기경력으로 명성을 얻은 그녀는 동시에 영화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1969년 <진 브로디양의 전성기>로 오스카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그 후 캐나다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영화 <캘리포니아 스위트, California Suite>로 두번째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1980년대에 런던 무대로 돌아와 피터 쉐퍼의 연극 <레티스 앤 러비지, Lettice and Lovage>로 1990년 토니상 최고 여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그녀는 성격파 여배우로서 지금까지 두번의 올리비에상, 오스카상과 토니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5번의 영국 아카데미상, 한번의 골든 글로브와 에미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3위 마크 라일런스
1960년 영국 켄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마크 라일런스는 영국에서 손꼽히는 드라마 학교 중 하나인 라다(RADA)를 졸업하고 1980년 글라스고에서 전문 연기자로 데뷔한다. 1982년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 들어간 그는 다양한 활동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1995년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첫번째 예술감독이 되면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그는 10년간의 예술감독 기간동안 <십이야>, <리차드 3세> 등 극장에 올려지는 여러 작품에 연출 혹은 배우로 참여하면서 극장의 명성을 쌓아가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의 다재다능한 연기는 최근 몇 년간 여러 작품에서 코믹연기로도 더욱 빛을 발하였는데, 그에게 2008년 토니상을 안겨줬던 <보잉 보잉>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최근 웨스트 엔드 히트작 <예루살렘>을 통해 두번째 올리비에상을 받은 그는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맛보고 있는 중이다.
4위 이안 맥켈런
캠브리지 대학 재학중 연극 동아리인 말로우 소사이어티(Marlowe Society)에서 데렉 자코비, 트레버 넌 등과 같이 연기를 하며 전문 배우로서의 삶을 모색하던 그는 1961년 데뷔한 이래 내셔널 시어터와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등에서 셰익스피어 배우로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6번의 올리비에상과 한번의 토니상이 대변해주듯 그의 연기 경력은 화려하면서도 진중하다.
우리에겐 <엑스맨>의 마크네토나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역으로 친숙한 그는 지금도 영화와 연극무대를 오가며 70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셰익스피어부터 입센, 레이븐힐, 에익번, 베켓까지 어느 역할을 맡아도 자연스럽게 배역을 이해시키는 그의 특별한 연기력은 관객들에게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배우의 기능을 이해시킨다. 재작년 웨스트 엔드 리바이벌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서 입증된 그의 깊이있는 연기는 새삼 배우로서의 그의 입지를 재확인시켜 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5위 로렌스 올리비에
CSSD(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에서 연기를 공부한 로렌스 올리비에는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강한 감정적 원동력을 가진 배우’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모던 브리티시 드라마까지 다양한 역을 소화해 낼 줄 아는 그는 동시대의 배우들 중 최고로 인식된다.
졸업 후 버밍엄 레파토리 극장에서 전문배우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올드 빅 시어터 컴퍼니 시절 랄프 리차드슨과 존 버렐과 같이 극단을 이끌며 <오이디푸스>, <헨리 5세>, <바냐 아저씨> 등의 주요 작품에 출연하며 명성을 다진다. 영화로 제작된 <햄릿>을 통해 오스카상을 수상하는 등 특히 그는 20세기 최고의 셰익스피어 배우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그의 두번째 부인이었던 비비안 리와 함께 1950년부터 약 7년간 세인트 제임스 극장을 운영하기도 하였으며, 1963년 내셔널 시어터의 초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현재 극장의 위상을 가질 수 있는 기초를 다졌다. 그의 이러한 공로는 그의 이름을 딴 로렌스 올리비에상이나 내셔널 시어터의 대극장인 올리비에 극장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마치며
간단히 상위 5명의 이력을 살펴 보았지만, 사실 단지 위의 10명만 언급하기엔 미안할 정도로 최고의 배우로 언급될 만한 배우들은 전세계적으로 많다. 특히나 이번 기획이 영국 관객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만큼, 영국 국적의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지적이면서도 다재다능한 배우들이 열정을 바탕으로 이룩해 낸 경력을 존중해 주는 이 나라의 풍토가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사진 출처 greatest.thestag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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