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런던은, 쌀쌀해진 기온과 너무 자주 내리는 비로 인해, 짧았던 지난 여름날의 강렬함을 거의 잊어버렸다. 덜런 시어터고어(Theatregoer)들의 우울함을 달래주는 위안거리는 바로 웨스트엔드 상륙 예정인 신작 뮤지컬들의 개막소식이다.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반에 이르기까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웨스트엔드 기대작들을 만나보자.

내셔널에서는 실험적인 <펠라!, Fela!>

드물게 뮤지컬을 올리는 내셔널이 선택한 2010년 겨울, 크리스마스 레퍼토리는 아프로비트(Afrobeat) 브로드웨이 뮤지컬 <펠라!>다. 2010 토니어워즈 안무, 코스튬, 사운드 디자인 부문을 수상하며 공연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따끈따끈한 뮤지컬은 기존의 뮤지컬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신선한 사운드, 독창적인 안무를 자랑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매너리즘에 빠질 만한 웨스트엔드 관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다.

오는 11월부터 내셔널의 올리비에 극장에서 프리뷰를 시작하는 이 뮤지컬은 실제 나이지리아의 작곡가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펠라 쿠티(Fela Kuti)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음악을 담고 있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2008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해 다음 해 유진 오닐 극장(Eugene O’Neil Theater)에 입성하여 현재까지 오픈 런으로 공연중인 이 뮤지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빌 티 존스(Bill T. Jones)의 연출과 안무가 아프로비트의 창시자로 알려진 펠라 쿠티의 음악이 웨스트엔드 관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는 가이다. 한창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는 이 공연은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이 호의적일 경우 작품은 연장공연을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스타 캐스팅 기대되는 <오즈의 마법사>

속속 캐스팅을 발표하고 있는 웨스트엔드의 큰손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제작하는 리바이벌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도 분위기를 상승시키는데 한 몫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팬텀 마이클 크로포드(Michael Crawford)가 이번 공연의 오즈의 마법사역으로 확정되었다는 소식과 올해 초 BBC TV오디션 프로그램 <오버 더 레인보우, Over the Rainbow>에서 우승한 촉망 받는 신예 다니엘 홉(Danielle Hope)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더해져 예사롭지 않은 흥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런던 팰러디엄 극장에서 내년 2월 프리뷰를 시작할 예정인 <오즈의 마법사>는 원작자인 아를렌(Harold Arlen)과 하버그(E Y Harburg)의 기존 곡들 외에도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Tim Rice) 콤비에 의해 새롭게 작곡된 노래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과연 이번 프로덕션이 주디 갈란드(Judy Garland)의 1939년 MGM영화버전의 장벽을 뛰어넘을지 조심스레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이미 BBC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우승을 거머쥔 실력파 신예 다니엘 홉과 웨스트엔드 베테랑 마이클 크로포드의 캐스팅이 현재 드루리 레인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올리버!> 이상의 흥행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더티 댄싱>의 후예 뮤지컬 <플래시댄스>

웨스트엔드의 샤프츠베리 극장(Shaftesbury Theatre)에서 프리뷰공연 중인 신작 뮤지컬 <플래시댄스>는 정식 오픈을 앞두고, 평론가들의 인심 좋은 한마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1983년 동명의 히트 영화를 뮤지컬화한 이번 프로덕션은 사실 2008년 영국의 플리머스(Plymouth)에서 처음 선보여지고, 그 후 영국 투어를 마치고 웨스트엔드로 입성한 경우이다. 플리머스 트라이아웃 당시 평론가들의 미지근한 평에도 불구하고, 원작 영화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충성도 높은 관객들 때문에 좋은 흥행을 만들었던 이 공연은 그래서 웨스트엔드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작품의 안무를 맡은 유명 안무가 아를린 필립스(Arlene Phillips)가 과연 얼마나 원작의 향수를 간직하면서 또 다른 면을 덧붙여 보여줄지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작품은 스테이지 버전으로 흥행에 성공한 <더티 댄싱>의 궤적과 유사한 곡선을 그리는 느낌이다. ‘매니악(Maniac)’, ‘글로리아(Gloria)’, ‘왓 어 필링(What a Feeling)’ 등 원작의 유명곡들이 그대로 공연에 남아있기 때문에 영화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의 관객들은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러브스토리 <고스트, Ghost The Musical>

 우리에겐 <사랑과 영혼>으로 잘 알려진 영화 <고스트, Ghost>도 뮤지컬로 제작되어 내년 웨스트엔드 무대에 오른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우피 골드버그의 열연으로 1990년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영화의 뮤지컬 버전은 내년 6월 현재 <그리스>가 공연중인 피카딜리 극장 공연을 확정했다.

웨스트엔드 입성 전 맨체스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내년 3월 트라이아웃 예정인 이 뮤지컬은 80년대를 풍미했던 팝 그룹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멤버 데이브 스튜어트(Dave Stewart)와 미국의 유명 작곡가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글렌 발라드(Glen Ballard)가 작사/작곡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오리지널 영화의 대본을 쓴 브루스 조엘 루빈(Bruce Joel Rubin)도 이번 뮤지컬의 대본을 위해 팀에 합류했다. 웨스트엔드의 베테랑 연출가 매튜 워커스의 연출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 작품의 캐스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주인공인 몰리역에 오리지널 메리 포핀스로 잘 알려진 로라 미셸 켈리(Laura Michelle Kelly)가 언급되며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 <베티 블루 아이즈, Betty Blue Eyes>

알란 베넷(Alan Bennett)의 1984년 영화 <어 프라이빗 펑션, A Private Function>이 카메론 매킨토시에 의해 뮤지컬 버전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베티 블루 아이즈>라는 제목으로 내년 봄 웨스트 엔드의 노벨로 극장(Novello Theatre)에서 초연될 이 뮤지컬은 아직까지 많은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제작팀의 이름만으로도 중량감이 느껴진다. 뮤지컬 <매리 포핀스>에서 팀웍을 맞춰본 조지 스타일스(George Stiles)와 앤소니 드루(Anthony Drewe) 콤비가 작사/작곡을 맡았고, 연출을 맡게 될 리차드 아이어(Richard Eyre)와 안무의 스티븐 미어(Stephen Mear) 역시 <매리 포핀스>팀이었다. 2차 세계대전 후 영국 요크셔의 한 결혼파티에서 돼지 때문에 일어나는 코미디를 그린 이 작품의 자세한 실체는 곧 발표될 예정이다.


업그레이드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슈렉, Shrek>

2010년 1월, 약 1년간의 공연기간을 끝으로 막을 내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슈렉>이 이번에는 웨스트엔드에 도전한다. 내년 5월 대형극장인 시어터 로열, 드루리 레인에서 프리뷰를 시작할 이 뮤지컬은 기존의 브로드웨이 작품을 여러 면에서 업그레이드하여 웨스트엔드에선 롱런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따지고 비판하기 좋아하는 웨스트엔드 관객들에게 작품이 어떤 방법으로 소통할 것인지는 조금 의문이다.

이 밖에도 아직 웨스트엔드 공연 일정을 확정지지 않았지만 런던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큰 신작 뮤지컬들도 보인다.

니하이의 뮤지컬 <쉘부르의 우산>

2008년 <브리프 인카운터>로 런던 시어터고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니하이(Kneehigh) 시어터 컴퍼니 또한 내년 초 웨스트엔드 공연을 목표로 뮤지컬 <쉘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을 제작중이다. 동명의 1964년 프랑스 뮤지컬 영화를 원작으로 각색된 이 니하이 버전의 뮤지컬은 작곡가 미셀 르그랑(Michel Legrand)의 주옥 같은 곡들과 함께, 또 한번의 <브리프 인카운터> 신드롬을 확산시킬 심산이다. 공연은 현재 웨스트 엔드 입성 전 레스터의 공연장 커브(Curve)에서 내년 2월 초연 예정에 있다.


RSC의 크리스마스 뮤지컬 <마틸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의 뮤지컬 <마틸다, Matilda, A Musical>도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밌는 뮤지컬이 될 것 같다. 컴퍼니가 상주하는 스트랏포드-어폰-에이본의 코트야드 극장(Courtyard Theatre)에서 올 11월 프리뷰 공연을 시작, 내년 1월말까지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이 작품은 영국의 유명한 동화작가 롤드 달(Roald Dahl)의 동명 작품을 뮤지컬로 각색한 경우이다. 유명 극작가 데니스 켈리(Dennis Kelly)와 호주 코미디언 팀 민친(Tim Minchin)의 작사/작곡으로, 매튜 워커스(Matthew Warchus)의 연출까지 더해진 이번 공연에는 3명의 어린 여배우들이 돌아가며 마틸다역을 소화할 예정인데, 원작의 상상력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관심이 간다.

기대되는 2011년 웨스트엔드

지금까지 대형 신작 뮤지컬 위주로 내년 웨스트엔드 라인업을 살펴보았지만, 이밖에도 런던 안팎의 중,소극장에서 시도되는 많은 신작 공연 소식들 역시 내년 웨스트엔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위에서 언급된 신작들 중 몇몇은 기존의 원작 명성에 살짝 기대어 가는 듯한 인상을 받지만, 그래도 이러한 여러 시도는 내년 웨스트엔드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데 바람직한 역할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사진: 각 프로덕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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