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도 친환경이 대세

‘공연이 끝나면 저 무대세트는 어디로 갈까?’
‘저 많은 의상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중세시대의 궁전, 2010년의 길거리, 호화스러운 집을 고스란히 무대 위로 옮겨놓은 듯한 휘황찬란한 무대 세트들. 대형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연이 끝나면 저 장치들은 어디로 갈까?’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시켜 보지 않았을까.

환경보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무대’를 보자면 이보다 더 재빠른(?) 환경 파괴행위는 없을 것이다. 길어야 6개월 남짓한 공연을 위해 의상, 세트, 소품들을 만들고, 조명, 음향, 무대 장치 등의 전자 장비들을 위해 전기 에너지가 소비된다. 수많은 포스터와 홍보물들은 공연이 끝나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기 일쑤다. 여기에 공연을 보러 관객들이 뿜는 탄소배출까지 계산하자면, ‘공연’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런던의 공연산업으로 인한 연간 탄소배출량은 약 5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인간의 지나친 탄소 배출 행위의 결과로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 현상이 이해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러한 수치는 공연예술이 치외법적인 영역에 속해있다 하더라도 영국의 공연 관계자들이 충분히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에 동참해야 할 필요성을 낳게 하였다.


여러 친환경적 정책 지원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지난 2008년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그린 시어터 플랜(The Green Theatre Plan)이라는 정책을 내놓았었다. 이 방안은 2025년까지 런던의 극장들이 어떻게 탄소 배출량의 60% 정도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한 것이었다. 특히 이 정책은 공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며 실천을 유도했다.

이 정책과 연관되어 올해엔 ‘줄리의 자전거(Julie’s Bicycle)’라는 다소 애교스런 이름의 기구가 앞장서서 영국 공연계가 그린 이슈(Green Issue)를 어떻게 이해하고 동참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연합 기구는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런던의 국립극장,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 스코트랜드 국립극장, 웨일즈 국립극장,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등 주요 공연 제작자들이 참여하고 있어, 영국 공연계가 환경문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되고 있다.


각 공연장의 노력들은

런던 동쪽의 아콜라 극장(Arcola Theatre)도 친환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이 극장은 지난 2007년부터 ‘아콜라 에너지’라는 프로젝트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제로가 되는 탄소 중립 극장이 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친환경적인 수소 연료 전지를 이용한 극장의 전기 공급, 친환경 바이오매스(Biomass) 난방 시스템, 태양열 판넬, 효율 높은 저전력 조명을 사용하는 등의 노력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60%를 줄이기도 했다.

2007년부터 필립스사와 5년간의 조명에 관한 파트너쉽을 맺은 내셔널 시어터(National Theatre)도 건물 전체의 조명 시스템에 관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극장의 전기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극장은 외관 조명의 전기 사용량만 70% 가까이 줄이면서 연간 약 10만 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극장 내외부의 조명을 절전형으로 바꾸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또, 공연 프로그램 등 극장에서 소비되는 모든 종이류를 2년 안에 100% 재활용지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극장은 앞으로 3년 내에 현재 에너지 총사용량의 2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레드 룸 시어터 컴퍼니(The Red Room)의 이코스 프로젝트(Oikos Project)도 공연장의 친환경 주제를 끌어들인 프로젝트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재활용품으로만 지어진 100석 규모의 극장을 이번 여름 시즌에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인 이번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극장의 친환경화를 위한 신선한 도전이다.

젤리 피쉬 극장(The Jellyfish Theatre)로 명명된 이 극장은 공연 후 남은 세트와 각종 공사장의 버려진 자재와 중고품 등을 재활용하여 현재 건축되고 있는데, 이번 여름 기간 전시공간으로 사용된 후 9월에 정식 공연장으로 문을 열어 두 편의 연극을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공연장의 건축부터 공연 후 극장 해체까지 하나의 아트 프로젝트로 여겨지는 이번 행사는 여러모로 환경과 공연이 가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좋은 기회이다.

공연에 쓰이는 모든 소품과 세트도 재활용품으로 충당될 예정이며, 런던 건축 페스티벌(The London Festival of Architecture)의 일환으로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 자재 등도 재활용품을 기부 받아 사용하고, 극장 건축에 시민들이 자원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영빅 시어터(Young Vic Theatre)의 경우 3년간의 극장 수리기간 동안 가장 중점을 두었던 목표는 친환경적인 극장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부 디자인이나, 환풍, 자연광을 최대한 이용하는 조명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노력을 기울였었다. 또, 플리머스 시어터 로열의 경우. 환경 문제에 대한 직원교육을 강화하여 물 사용량의 1/3, 전기 사용량의 1/4을 줄이는 효과를 보기도 하였다. 이는 극장을 운영하는 직원들의 인식 변화에서부터 기인한 것으로 극장 매니저는 설명한다.

일석이조의 효과

이렇게 영국 공연계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실질적인 노력은 여러모로 직간접적인 효과를 내며 영국 전체의 공연장으로 그 파급력이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적이 되려는 극장의 모습들은 지구 살리기의 문제에 동참한다는 직접적인 효과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극장 자체로도 에너지 비용 절감의 효과를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등의 여러 이점들을 가지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환경 친화적인 공연장이 대세인 시대에 살고 있다. 

사진: 제공 각 프로젝트 홈페이지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