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폐셜테마

뮤지컬 ‘그라피티’ 어떤 작품?…15억원에 낙찰된 자신의 작품 셀프 파쇄한 뱅크시 일화 모티브

작성일2020.12.29 조회수3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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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의 한 주택가 외벽에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한 할머니가 재채기 하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뱅크시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뱅크시는 이처럼 전 세계의 도시의 거리와 벽에 그라피티나 풍자화를 남기는 그라피티 아티스트이다. 그는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파격적인 행보로도 유명하다. 뱅크시는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작품을 만들고 사라지는 통에 자신의 SNS에 작품을 공개하며 본인 인증을 하고 나서야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뱅크시의 일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뮤지컬 ‘그라피티’가 지난 23일 개막해 관객들과 만나는 중이다. 뱅크시의 일화가 어떻게 뮤지컬로 재탄생했는지 소개한다.

뮤지컬 ‘그라피티’는 2018년 10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 파운드(약 15억 4,000만 원)에 낙찰된 ‘풍선과 소녀’를 경매 종료 직후 셀프 파쇄한 일화 등 ‘뱅크시’의 일화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어 창작되었다.

이 작품을 집필한 김홍기 작가는 “뱅크시는 세계적인 스타인데 익명으로 활동한다는 점”, “담백하면서 위트있고 폐부를 찌르는 강렬함을 지닌 작품 세계”를 뱅크시를 소재화한 이유로 꼽았다.

또한 작품의 모티브가 된 소더비 경매장에서의 일화에 대해 ”뱅크시라하면, 역시 2018년 소더비 경매장에서의 소동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뱅크시가 딱히 돈 걱정은 안 하고 살겠지만, 정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15억을 태워버릴 부자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세상에 15억을 기부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순전히 퍼포먼스와 메시지를 위해서 그 정도 돈을 날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이 해프닝을 통해서 뱅크시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사라졌지요”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2019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에 선정되어 테이블 리딩과 올 초 쇼케이스 등 개발 과정을 거쳤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어 1년여간의 준비 끝에 뮤지컬 '그라피티'로 작품명을 바꾸고 관객들을 찾아왔다.

기행을 일삼는 뱅크시 일화가 뮤지컬로 재탄생되면서 어떤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는지 작품 리딩 단계부터 함께한 추정화 연출과 창작들, 배우들에게 서면 인터뷰를 통해 물었다.
 





Q. 연출님은 리딩 단계에서부터 이 작품과 함께 하셨는데요. 뱅크시 일화를 어떻게 뮤지컬 ‘그라피티’로 풀어냈는지 궁금합니다.

추정화 연출 초창기에 김홍기 작가님께서 쓰신 '뱅크시'라는 작품에는 뱅크시의 실제 에피소드와 그의 그림을 다룬 장면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공연을 위한 무대화를 거치며 그가 남긴 말들은 쓰되 실제 그의 그림은 쓰지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수정이 필요했죠.

‘뱅크시 그림’에 한정되지 않고 그라피티라는 큰 틀로 더욱 확장하고 싶어 제목과 인물 등 수정을 거친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하여 저는 얼굴 없는 아티스트 뱅크시를 모티브로 한 ‘나비스’라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를 만들었고, 또 런던이 아니라 가상의 도시 에덴(EDDEN)이란 곳으로 장소를 바꾸고 상상했습니다. 또 나비스와 함께 클라인과 타일러가 등장합니다.  

클라인과 타일러는 부자지간입니다. 클라인은 에덴이란 도시의 절대 권력자이고, 이 권력은 대대로 세습되죠. 그런데 여기서 그의 아들 타일러가 반기를 듭니다.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자리에 서느라 자신은 단 번도 제대로 싸워보지 못했다는 거죠. 실의에 빠진 어느 날, 나비스가 에덴의 도시 외곽 킹스퍼드에 남긴 '날개 찢긴 파리'라는 작품을 보고 타일러가 나비스를 동경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Q. 이번에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사실 ‘그라피티’라는 작품의 제목 그대로 한 장면 정도는 실제 그라피티를 무대 위에서 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극장 규칙상 스프레이를 사용할 수 없고, 게다가 스프레이는 인체에 유해하여 관객 여러분 앞에서 바로 실현할 수가 없었죠. 무대 위에서 실제 그라피티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어려움이자 가장 큰 아쉬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그라피티를 무대 위에서 선보여야할지 고민이 있었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실현하지 못했는데, 만약 기회가 되어 다음에 다시 이 공연이 올라간다면 뜻이 맞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분과 협업을 통해 작품을 구성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그라피티는 에어스프레이로 진행을 하고 때론 영상으로, 때론 조명으로 그라피티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Q. 작품의 색깔을 결정지을 ‘그라피티’만의 음악이 궁금합니다.
허수현 작곡•음악감독 작품에서 발산되는 에너지, 그라피티 작가들이 발산하는 에너지와 각 인물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데 힘쓰고자, 락음악을 중심으로 스윙과 클래식한 음악 기법을 도입해 음악적으로 풍요롭게 구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Q. 이 작품 론칭 당시 역동적인 안무가 돋보이는 작품이 될 거라고 예고하셨는데요. 안무적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을 알려주세요.
김병진 안무감독 뮤지컬 ‘그라피티’는 자유분방한 그라피티 작가들이 등장하고 음악 또한 매우 역동적인 작품입니다. 처음 대본을 보고, 음악을 듣고 그라피티가 가지고 있는 강렬하고 다양한 색감을 장면마다 움직임의 에너지로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위트와 아이러니가 함께 묻어나길 원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 작품의 오프닝 곡인 ‘역습’이라는 넘버가 그 예라 볼 수 있습니다. 도시는 부조리가 가득한 회색빛 분위기를 내뿜지만 뉴스에는 좋은 기삿거리만 흘러나오고 있죠. 여기에 배우들은 스산한 합창을 부르며 음악 느낌과는 조금 다른 아이러니한 움직임들로 오프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역습’은 그라피티 작가들의 넘버로, 거리 문화인 그라피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트릿 댄스를 기반으로 작가들의 상황을 표현해보았습니다.
 





Q. 각자 맡은 인물의 내·외적 부분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비스 역 김종구 무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이 ‘나비스’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영향력 있는 인물이며 그의 의미 있는 저항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제도라는 큰 굴레 안에서 작은 소시민이기도 합니다. 다만 다른 점은 저항한다는 점이겠죠. 비록 작은 날갯짓이라 할지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나비스라는 평범하지만 그 속에 품고 있는 단단한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타일러 역 홍승안 무대 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타일러’의 지난 시간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동안 그가 견뎌내며 살았던 시간들, 여러가지 고통들을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마음에 닿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클라인 역 윤석원 저만의 영업 비밀입니다. 제가 글로 설명 드리는 것 보단 무대 위에서 에덴시 최고의 권력자 ‘클라인’을 직접 만나 보시는 것이 공연을 재밌게 즐기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공연을 보고나면 에덴시 최고의 섹시가이 ‘클라인’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실 수 없을 겁니다. (웃음)

뮤지컬 '그라피티'는 내년 1월 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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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우리별이야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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