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관객 활동의 대표적인 것은 이른바 서포터즈 활동으로, 서포터즈는 주로 공연제작사와 극장에서 다양한 방식의 이름으로 선발하여 소수의 정예 인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서포터즈들은 실제 작품의 기획 단계부터 마지막 공연 시점까지 일련의 과정에 참여해 생생한 공연 현장과 실전 공연 마케팅을 모두 경험할 수 있어 평소 공연을 좋아하고 관심이 높은 관객들이나 다양한 경험을 쌓길 원하는 대학생, 공연기획사 및 마케팅 쪽으로 진출하려는 취업 준비생들의 참여가 높다.

이렇게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관객들은 해당 작품·극장·제작사의 홍보대사로서 공연을 관람한 후 자신의 블로그나 SNS 계정에 후기를 남기거나, 자체 제작 온라인 컨텐츠을 만들며, 더 나아가 극장 공간·서비스·기획 프로그램 등 공연 전반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기도 한다.

신시컴퍼니, EMK뮤지컬컴퍼니 등 주요 공연제작사들은 작품별 혹은 1년 단위로 서포터즈단을 운영 중이며 이외 공연기획사들도 주요 작품들에 한해서 상시적으로 서포터즈를 모집하기도 한다.

또한 남산예술센터, 두산아트센터, 명동예술극장 등 자체 제작 작품을 올리는 극장의 경우 공연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이유로 시민모니터링단, 리뷰단, 기자단, 모니터요원, SNS 운영단 등 다양한 명칭의 서포터즈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LG아트센터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게 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LAMP(LG Arts Center Meets People 약자) 라는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 LAMP는 공연에 앞서 창작자의 강의를 제공하거나 워크숍을 통해 무용이나 연기를 배우는 등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해당 장르와 공연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가무극이라는 창작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서울예술단 또한 최근 10기 서포터즈를 선발했다. 프렌즈라 불리는 서울예술단 서포터즈들은 한 해 동안 서울예술단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업에 참여하며 기획 및 취재·편집디자인·영상편집 등 분야별로 활동하게 된다


이런 서포터즈 운영은 1차적으로 작품의 홍보에 그 방향성을 맞추고 있지만 잠재 관객을 개발하고 관객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제작자나 극장에서 만드는 작품에 대한 호감도를 넓히고 결과적으로 공연의 질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난달 28일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은 늦은 시간까지도 불이 꺼질 줄 몰랐다.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의 2차 런쓰루가 2시간 넘게 진행된 후, 남산예술센터 시민모니터링단 4기로 뽑힌 관객들과 김승철 연출이 모여 작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 첫 모임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시민모니터링단 4기 관객들은, 이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작품에 대한 진솔한 느낌뿐만 아니라 작품의 구성이나 내용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승철 연출이 “객관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조율할 수 있는 지점들은 빨리 결단을 내려서 작품에 실제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겠다.”고 이야기할 만큼 시민모니터링단으로 참여한 관객들의 의견은 수준이 높았다.

시민모니터링단 중 한 명인 37세 프리랜서 김지연씨는 “평소 공연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생각에 기획사 극장에서 진행하는 연출가와 배우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고, 제작하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는가에 관심이 생겨 시민모니터링단에 신청했다.”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런 활동이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그만큼 애정이 더 생긴다.”고 전했다.

평소에 공연을 즐겨 보고 기록 차원에서 블로그에 후기를 지속적으로 남기고 있다는 27세 직장인 이주원씨는 “관객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말하며, “한 작품을 여러 번 보기보다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싶어 시민모니터링단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EMK 대단한 서포터즈 활동 모습 (위)
명동예술극장 대학생 SNS 운영단 활동 모습 (아래)

남산예술센터 극장운영팀 조유림 PD는 “시민모니터링단 활동을 통해 관객들은 새로운 경험과 특별함을 느낄 수 있고, 제작 과정에 참여해 실제 공연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 뿌듯함도 얻어갈 수 있다.”고 전하며, “창작 초연 위주로 공연을 제작하는 극장이다보니 관객들에게 어느 쪽으로든 작품이 많이 회자되는 게 중요해 이런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심히 참여한 관객들을 위해 준비된 보상도 매력적이다. 해당 작품의 관람 혜택과 더불어 연습실 참관, 백스테이지 투어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연 관람 후 연출가·배우와의 만남, 공연 프로그램북에 서포터즈의 이름을 명기하는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활동 우수자로 뽑히는 경우 해외 공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곳도 있다. 활동에 따라서 오프라인 모임없이 온라인으로 리뷰쓰기나 SNS 홍보활동만 하는 경우도 있고,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다른 관객들과 교류를 쌓고 함께 미션을 수행하기도 한다.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준비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공연을 볼 때 단점을 보기 보다는 장점을 먼저 발견하는 시각의 변화와 함께 공연 관람이 새삼 즐거운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전한 뮤지컬 <원스>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23살 대학생 곽현주씨는 덧붙였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명동예술극장, 두산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