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salon). 이탈리아어 ‘salone’에서 유래되었으며 응접실을 뜻하는 이 말은 17, 18세기 프랑스에서 꽃피었던 문화 예술 애호가들의 대화의 장을 가리키기도 한다. 살롱을 주최한 주인이 젊은 예술가를 소개하기도 하고, 이후 일반 애호가들과 예술가들을 연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 이 문화가 최근 국내 공연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히 작품과 배우를 소개하는 것에서 나아가 배우, 스텝, 관객들이 직접 마주 앉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무대 뒷 이야기와 궁금증을 나누고 공연에 대해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으로 커나가고 있는 공연계 살롱, 그 재미난 현장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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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

월 2회 진행되는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이하 이야기쇼)는 올해로 10년 째 회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공연 살롱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에서 시즌 2를 이어가는 이야기쇼는 평소 입담 좋기로 소문난 배우 이석준의 사회로 조승우, 엄기준, 김다현, 김소현, 오만석, 정선아, 서범석, 조정석, 김무열 등 그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뮤지컬 배우와 스텝들이 자리를 채워왔다.


롱런의 비결은 사회자이자 배우인 이석준의 힘. 수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와 에피소드를 곁들여 동료이자 선후배인 게스트를 편안하게 맞이함과 동시에 더욱 친근한 쇼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25일 정선아 편에서도 이석준을 비롯, 정선아와 함께 공연했던 배우들의 애정 어린 과거 폭로로 그녀의 진솔한 면들이 더욱 관객들에게 큰 박수와 호응을 얻었다.

고정 코너로 주목할 만한 신인 배우의 무대를 마련하는 것 역시 뮤지컬 계의 성장을 위한 꾸준한 활동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자, 출연자, 스테프부터 공연장 대관까지 모두 재능기부와 기업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은 소외층 구제단체에 기부되어 좋은 일에 관객이 동참하는 의의도 있다.

살롱 인 드레스서클

공연전문사이트 플레이디비(www.playdb.co.kr)에서 2010년부터 매달 1회 진행해 온 ‘배우와의 만남’이 올해부터 블루스퀘어에 자리한 드레스서클에서 [살롱 인 드레스서클]의 기획으로 펼쳐지고 있다.

관심, 인기작의 인물을 매회 선정해 10~20명의 팬들과 함께 하는 이 자리는,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관객과 팬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준다. 현재 준비, 출연 중인 작품에 대한 궁금증 및 배우를 향한 사적인 질문까지 거름막 없는 대화가 자유롭게 오고 가는 것이 [살롱 인 드레스서클]의 특징이다.


철저히 그날의 배우와 참가자들이 주인공이 되기 때문에 무척 친근한 분위기가 조성되며 참가자들 역시 좋아하던 배우를 직접 눈 앞에서 만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밀함에 만족도가 크다.

‘장진, 미래의 감독들과 만나다’, ‘정선아와 배우 지망생들의 만남’ 등 무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멘토링, ‘장현덕, 김대현과 함께 하는 서른 즈음 힐링 토크’, ‘<버자이너 모놀로그> 화끈한 언니들의 고민 상담소’ 등 주제에 따른 관객 참여 대화는 더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플레이디비 사이트에서 참여 신청을 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라운지

SK 행복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박스 시야는 숨겨진 백스테이지를 함께 나누는 자리를 펼치고 있다.

2012년 5월부터 매달 진행되는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는 최신 화제작 및 막을 내린 작품의 연출, 작가, 음악감독 등 창작진들과 함께 한다. 그들이 말하는 작품 의도,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관객들이 무대를 통해 느꼈던 궁금증들을 나누는 이 시간은 매회 선정되는 작품의 팬들에게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안샘 프로젝트박스 시야 홍보마케팅 매니저는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작업 과정을 자신들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자는 것이 기획 목적이었다"고 말하며, “창작 공연에 대한 관객과 예비 창작자들의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첫 회 작품 <서편제>를 비롯, <모비딕> <번지점프를 하다> <왕세자 실종사건> 등 국내 창작 작품이 크리에이티브 라운지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B급 수다

한국공연예술원, 더뮤지컬, 프로젝트박스 시야가 공동 기획해 2012년 11월부터 격월로 여는 ‘B급 수다’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르는 공연 스테프들의 리얼 라이프를 담는다. 백스테이저(Backstager)에서 B를 따서 지은 이름처럼 매회 다양한 주제 아래 홍보, 기획, 무대 스테프 등 공연계 백스테이지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의 솔직한 대화를 풀어낸다.


첫 회는 여자 연출가, 음악감독, 기획자가 나와 ‘살벌한 공연계에서 여자로 살아남는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여자특집’이었으며, 무대, 조명, 음향감독이 치열한 현장 이야기를 들려준 2회 ‘감독 특집’에 이어 오는 3월에는 ‘무대에서 만나 무덤까지 함께 갈’ 공연인 부부 특집이 마련되어 있다. 이들이 들려주는 인간적이고 꾸미지 않은 생생한 경험담들은 무대 위, 아래에서 일하고자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살아있는 정보가 되어 더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뮤지컬 이야기쇼, 프로젝트박스 시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