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춤, 미술, 무대, 노래 등 어느 하나라도 좋아했던 사람은 오페라와의 만남에서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어색한 인사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오페라는 친근한 녀석일지도 모르겠네요. 고급문화의 최고봉,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확고한 거부감을 자랑하던 오페라, 이제 요 맛 좀 보겠습니다.

오페라가 뭐야?
오페라는 음악이 들어간 공연입니다. 그럼 뮤지컬과 뭐가 다를까요? 바로 대사! 오페라에는 대사가 없습니다. 노래는 아리아(aria)라고 부르고, 대사를 대신해 아리아 사이를 이어주는 또 다른 노래, 레치타티보(recitativo)가 있죠. 혼자 부르는 아리아에 훗날 2, 3중창과 합창이 더해지긴 합니다. 뮤지컬과 다른 점 또 하나! 오페라 가수들은 성악 발성으로 노래를 하며, 극장을 울리는 공명의 맛이 오페라의 매력 중 하나이기에 마이크를 따로 착용하지 않습니다. (대형 체육관에서 하는 공연에선 가끔씩 쓰기도 하지만요.)

오페라는 1600년 전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짠’ 하고 태어났습니다. 그리스-로마 시대를 탐하던 르네상스 시대이니 미술, 건축 뿐 아니라 음악가들도 그리스, 로마 시대의 비극을 음악으로 재창조해보고 싶었던 거죠. 메디치 가(家)(상업과 금융업으로 막강한 부를 얻어 나중에 이탈리아 정계에 막강파워를 자랑했으며 예술 후원으로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이기도 했죠)를 드나들던 예술인 동호회원들이 작정하고 만든 것이 바로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난 척 하기 1
세계 최초의 오페라는? 야코포 페리의 <다프네(Dafne)> / 약 1597년 경. 악보 불에 타버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페라는? 같은 사람의 <에우리디체(Euridice)> / 1600년.

팁 1) 나도 아는 오페라하우스


오페라에는 뭐가 있어?
당연히 음악극이니까 이야기와 배우와 무대가 있습니다. 일단 이야기를 볼까요? 오페라를 주로 ‘감상’한다고 하잖아요.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것 보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 내는지를 보는 것이 오페라의 감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비극을 이야기하고 싶어 생겨났던 것처럼 내용은 주로 신화 속 신, 왕, 영웅 등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동시대의 문학작품이나 역사적인 실제 사건들도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같은 소재를 가진 여러 곡의 오페라가 존재하기도 해요.

인물 이야기 안에는 대부분 비련의 여주인공이 있습니다. 사랑 이야기 중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을 한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를 버리고, 슬픔에 잠긴 여자는 죽음을 택한다’가 특히 많아요. 그런데 이런 가련한 여주인공은 대부분 가장 높은 성부인 소프라노 가수가 하고 상대 남자는 남자 중 가장 높은 성부인 테너 가수가 맡는다는 거 아셨나요? 내 목소리의 성부가 소프라노나 테너라면 주인공 할 가능성이 일단 높다는 겁니다. 여자의 반대세력은 메조 소프라노 가수, 남자의 반대세력은 주로 바리톤이 한다니, 가수의 성부만 알면 대강의 캐스팅을 파악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잘난 척 하기 2
작품 이름에 여주인공이 들어간 오페라는? 베르디의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버려진 부인’이라는 뜻. 연극 ‘동백꽃 부인’을 토대로 쓴 오페라이기에 일본인들이 ‘춘희’라고 번안한 것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푸치니의 <나비부인>, <토스카>, 비제의 <카르멘> 등.

팁 2) 나도 아는 작곡가

오페라, 이제 좀 즐겨볼까?
오페라의 ‘오’는 맛 본 것 같으니 이제 공연장에 가 볼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한국 창작 오페라도 있지만 대부분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은 외국산이니 내용이나, 그걸 말하는 이탈리어가 부담스럽기도 하군요. 그래서 좀 부지런을 떨어 대본이나 악보를 먼저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페라 CD에는 대본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내용을 알고 공연장에 가면 더욱 감흥이 클 것입니다. 오페라는 ‘누가’,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느끼는 맛이 최고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생각보다 ‘들어본 곡’이 많아서 놀라실 걸요?

옷차림도 걱정이지만, 턱시도나 롱드레스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오페라가 융성했던 과거 이탈리아에서는 큰 경제력을 가진 상공인들이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고급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으리으리한 옷을 입었고, 이들의 만족을 위해 일부러 티켓 값을 아주 비싸게 올렸지만 현대에 와서 이런 모습은 많이 변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유럽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단정한 옷을 입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무대에 서는 오페라가수와, 명작을 탄생시킨 거장들, 그리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감동의 선율 모두를 위한 예의로 몸가짐을 한다면 그것이 최고입니다.

자, 이제 극장으로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잘난 척 하기 3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인 오페라는? 1948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오페라는? 1950년 현제명 작곡의 <춘향전>

팁 3) 나도 아는 오페라가수 & 작품

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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