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장우재 연출의 <불역쾌재> 등을 선보였던 LG아트센터가 새해를 맞아 또 다시 다채로운 기획공연을 준비했다. 2000년 개관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알찬 기획공연을 마련해온 LG아트센터가 올해는 어떤 공연을 무대에 올릴까. 연극, 클래식, 무용, 콘서트,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CoMPAS17(Contemporary Performing Arts Season 17)’의 내용을 알아보자.

 
인간 존재의 근원 묻는다,
거장이 빚어낸 무대
올해 LG아트센터 기획공연은 연극과 무용 각각 세 편, 클래식 공연 5편, 재즈 공연 2편, 그리고 아트서커스 1편이다. 먼저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는 거장들의 공연이 눈길을 끈다.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21세기 최고의 예술가’라 불렸던 피나 바우쉬의 유고작 <스위트 맘보>가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펼쳐진다. 이 작품은 피나 바우쉬가 오랜 시간 함께했던 무용단을 위해 만든 것으로, 새하얀 커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움직임과 이미지의 콜라보를 통해 행복, 슬픔, 고통, 사랑 등 인간 본연의 감정과 행위들을 표현한다.
 

(위) 피나 바우쉬의 <스위트 맘보> (아래) 이보 반 호프의 <파운틴 헤드>

연극 중에서는 올리비에어워즈와 토니어워즈에서 모두 연출상을 수상하며 세계 연극계의 주목을 받은 네덜란드 연출가 이보 반 호프의 <파운틴헤드>가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이어진다. 장장 4시간 동안 펼쳐지는 이 연극은 미국으로 망명한 소련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강한 소명의식을 가진 천재 건축가가 상업적 성공과 명성을 쫓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한 싸움을 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인생의 목적을 돌아보게 할 예정.
 
이외에도 그래미상 22회 수상에 빛나는 재즈의 거장 칙 코리아가 이끄는 일렉트릭 밴드 콘서트가 3월 8일에 열리고, 11월 9~12일에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살으라 불리는‘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우수 안무상을 수상한 스웨덴 안무가 요한 잉거와 스페인국립무용단이 함께 펼치는 <카르멘>이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국립무용단의 <카르멘>

1+1=3?
첨단을 달리는 ‘장르 융합 공연’
LG아트센터는 지난해 선보였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에 이어 올해도 여러 편의 ‘장르 융합 공연’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그 중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는 <태양의 서커스>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등을 연출했던 스위스 출신의 작가/연출가/마임이스트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이끄는 무대다. 아크로바틱, 연극, 춤, 음악을 결합해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구현하는 이 공연은 이미 해외에서 20만여명의 관객을 만났다.
 

(위)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와 웨인 맥그리거의 <아토모스>

5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열리는 <아토모스>는 무용과 음악, 첨단 테크놀로지를 융합한 공연이다. 라디오헤드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최근 흥행했던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의 움직임 등을 연출했던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가 연출하는 무대로, 3D안경을 쓰고 감상해야 하는 최첨단 공연.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영국 극단 1927의 <골렘>도 애니메이션과 라이브 음악, 퍼포먼스를 결합한 장르 융합 공연이다.
 
고선웅 신작도 관심…클래식·재즈 공연도 풍성
클래식 공연은 총 다섯 편의 공연으로 다채롭게 꾸려졌다. 2년에 걸친 슈만 녹음 프로젝트로 독일 음반비평가 협회상 등 각종 상을 휩쓴 이자벨 파우스트·알렉산더 멜니코프·쟝-기엔 케라스 트리오가 3월 7일 슈만 피아노 트리오 1~3번 전곡을 연주한다. 4월에는 베네수엘라가 자랑하는 스타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의 연주가(21일), 5월에는 43년의 역사를 가진 스코틀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영국 출신의 지휘자 로빈 티치아티가 함께 펼치는 오케스트라 공연과(29일) 르네상스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꼽히는 10인조 아카펠라 탈리스 스콜라스의 공연이(31일) 열린다.
 

이자벨 파우스트·알렉산더 멜니코프·쟝-기엔 케라스 트리오

이 밖에도 고선웅 연출이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연출할 신작 <라 빠르망>이 10월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펼쳐지며, 11월에는 미국의 인기 현악 4중주단 크로노스 콰르텟이 펼치는 <검은 천사들>과(21일) 영화 <버드맨> OST로 그래미상 최우수 사운드 트랙 부문상을 수상한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와 밴드 마이그레이션의 내한공연이(25일) LG아트센터 기획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