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인 작업이 더 큰 감동으로 - 음악이라는 언어를 활용해 논리적으로 작업한 후 굉장히 감동을 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예술장르가 나름의 언어가 있듯, 음악도 문법과 구조가 있는 하나의 언어입니다. 논리가 안 맞으면 좋은 음악이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작업할수록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마니아 소년 - 8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14살 때 작곡 공부를 시작했어요. 식구들 중에 음악 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라디오는 계속 클래식 채널에 맞춰져 있었고, 그래서인지 초등학생 때 클래식 마니아였지요. 부모님 손 잡고 극장에 가서 처음 본 영화도 성악가들을 다룬 ‘가면 속의 아리아’ 였는데 그 영화를 보고 운명적으로 끌렸어요. ‘음악이라는 게 너무 좋다’, 하고요.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을 뿐이라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전공하는 걸 포기해야 하나 고민할 무렵, 어머니께서 한예종 음악원 원서를 가져다 주시더라고요. 어떤 학교인지도 모르고 따로 준비도 없이 시험을 봤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시험장 안에서의 제 모습이 딱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같았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어리둥절하게 있는 모습.(웃음) 그런데 면접에서 좋아하는 작곡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평소 많은 음악을 들어와서 쉴 새 없이 이름을 말했었거든요. 아마 그런 모습에 합격을 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후 지금까지 한예종에서 공부하며, 다장르에서 활동하시는 이건용 교수님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학교 워크숍 작품이자 추민주 연출님의 <빨래>에 참여하게 되면서 공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대본 - 대본을 굉장히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다음에 음악 구성을 만들어요. 대본에 이미 제시된 것도 있고, 작곡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더 효과적일지 고민해서 수정, 보완하기도 하죠.

그 다음에 본격적인 음악 작업에 들어가 음악 스타일, 가사에 맞는 선율 등을 고민하게 됩니다. 전체적인 스타일을 생각할 때 중심 색은 있겠지만, 특정 장르만 활용하기는 매우 힘들어요. 경우에 따라 곡을 쓰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장르가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럴 땐 결과물을 따라갑니다.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일 테니까요.


출퇴근 하는 작곡가 - 작곡할 때도 출퇴근 개념을 사용해요. 작업을 시작하면 ‘이제 출근했다’(웃음), 그런 마음을 가지죠. 어딜 오간다는 개념 보다는 가급적 매일, 밤 보다는 낮에 곡을 쓰려 한다는 의미일 거에요. 음악 작업이 워낙 천문학적인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에 몰아서 하면 절대 안되거든요. 잘하기 위해서 정말 회사원처럼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빨래> - 그간 했던 뮤지컬 작업 중에서 확실히 상업적으로 공개된 유일한 작품이기도 해요. 2003년 추민주 연출님 졸업작품이었는데, 그때는 7곡 밖에 없었죠. 우리끼리 재미있게 공연하고 끝나는 줄 알았는데 제가 군대 간 사이에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하더라고요. 군복무 중이라 참여는 못했지만 너무나 뿌듯했고, 제대 후 2008년 공연부터 5곡만 남겨두고 전곡을 다 새로 쓰고 발전시켜 지금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미녀와 야수> - 2004년 LG아트센터에서 <미녀와 야수> 공연을 본 후 정말 행복했어요. 스물 두 살 때부터 알란 멘켄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그 분이 주로 디즈니 작업을 많이 하시기 때문에 개봉할 때마다 찾아 보고 감동받고,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바흐 - 바흐 이후에 모든 음악은 다 바흐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고, 저 역시 바흐를 공부하면서 음악을 배웠고요. 바흐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I wish I could forget you - 손드하임의 <패션> 중 최고 넘버라고 생각해요. 그 노래를 들으면 바로 눈물이 날 정도로. 손드하임은 작곡과 작사를 같이 해서 가사와 음악이 완벽하게 일치해요. 그런 점이 정말 좋아요. 너무나 외로운 사람의, 너무나 열정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노래인데 그걸 너무나 뛰어나게 표현하고 있으니 감명 받을 수 밖에 없지요.



지켜보고 있다. - 일할 때는 냉정해지죠. 연습 모니터링 할 때 무표정해서 현장에서 만나시는 분들은 굉장히 차가운 사람으로 봐요. 객석에 앉아 말도 별로 안 하고, 연출님이나 음악감독님과 이야기 한 후 그 분들이 “작곡가님이 이런 점이 싫으시답니다” 라고 하면 배우들이 긴장하는 거죠.(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다 친하게 지내고 오히려 무표정이 그들의 놀림감이 된달까요? <빨래> 공연 중인 정문성 배우가 캐리커처를 굉장히 잘 그리는데 정말 말도 안되게 동그라미 몇 개로만 무표정의 저를 그려 놓은 거에요. 배우들은 똑같다고 주장하고 저는 말도 안 된다고 하고.(웃음) 그걸 분장실에 붙여놓고 막 웃었는데 나중에는 배우들이 그 그림이 자신들을 모니터링 하는 느낌을 받는데요. 편하게 쉬고 있다가도 그 그림만 보면 긴장하게 된다고. 그래서 제 존재감이 커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음악이든 쓰는 작곡가로 활동하고 싶어요. 뮤지컬에서는,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굉장히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되었고, 저 역시 뮤지컬 문법에 대해 많은 공부가 필요해요. 정말 많이 공부해서 뮤지컬 문법을 잘 이해하고 작업해서 폭넓은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게 목표에요.

그것이 잘 이뤄진다면, 후엔 좀 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손드하임의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하게 되요. 단순히 ‘잘 만든다’의 차원이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었잖아요.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이요. 좋은 작품은 관객이 누구이든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첫 번째로는 당연히 음악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제일의 방법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듣는 것입니다. 꼭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목이 넓어지는 거죠. 책을 읽는 것도 굉장히 도움이 되요. 그 외에 영화나 그림을 본다던가, 여러 장르의 공연을 보는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접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공연 음악을 하기 위해선 공연을 많이 보고 즐기면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분석적인 힘이 생기니까요. 작곡가로서 한 작품에 대해서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가가 얼마나 그 작품에 걸맞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가에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부분이지요.


정리: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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