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많은 작품을 한 게 아니라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면 쑥스럽지만 가장 처음 생각나는 작품은 아무래도 가장 최근작인 <셜록홈즈2>에요.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노력을 많이 했고 완성도 면에서도 제일 나은 작품인 것 같아요. 그 외에도 <프라미스>라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보편적인 드라마에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제 작품 말고 내 인생의 최고의 작품이라면 역시 <미스 사이공>입니다. 뮤지컬을 하게 된 동기가 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대중성과 드라마가 가장 잘 만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으로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죠.

그리고 작품으로서 최고의 점수를 감히 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라고 생각해요.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역량이 백 퍼센트 발휘가 되면서 음악도 충분히 살고 드라마도 전혀 해치지 않은 작품이에요. 교과서적으로도 학생들한테 제일 잘 쓰여진 작품이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음악이 보여지려면 이만큼 보여질 수도 있고. 그것에 맞춰서 드라마가 이 정도까지 표현이 될 수도 있다.”라고요. 보통은 반대거든요. 음악이 드러나려다 보면 드라마를 해치고 아니면 드라마가 강하다 보면 음악이 기를 못 펴게 되는 게 보통인데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음악과 드라마 모두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제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제 음악은 감성보다는 이성적으로 쓰여지는 음악을 선호합니다. 감성을 건든다기 보다는 수학적으로 먼저 계산이 되어야 해요. 논리적으로 원하는 게 있고 그것을 달성해야 되는 기능이 강조된 음악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그런 음악의 장점이라면 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정확하게 해내고요. 단점이라면 일반 관객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때론 못 해주기도 한다는 데서 오는 아쉬움이 있어요. 전체의 발란스를 맞춰주는 데 도움을 주는 뮤지컬 음악이지 멋있는 노래에 박수를 치고 노래 자체를 즐기고 싶을 때는 아쉬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발표한 작품들 때문에 주위에서 제게 어두운 음악을 많이 부탁하지만, 저는 굉장히 감성적인 남자입니다. 감성에 호소하는 음악도 잘 쓸 수 있어요. 앞으로 저에게 즐겁고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좋겠어요. (웃음)

<셜록홈즈2>에 에드거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에드거가 부르는 노래는 제가 정말 가슴을 담아 만든 노래거든요. 캐릭터를 사랑한 나머지 배우를 밀어내고 에드거를 하고 싶어한다는 작곡가로 오해 받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농담이지만 이십 퍼센트는 사실입니다. (웃음)

특별히 대단한 작곡가가 되겠다 목표를 정한 건 아니지만 일단 첫 번째로 많은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작품으로서 관객들을 자주 만나는 것이 관객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관객을 헤아리는 작곡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작곡가는 극의 사회적인 기능과도 맞물리겠지만 음악으로 관객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회에 목소리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해낼 수 있는 작곡가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에 들어오는 뮤지컬들이 경향이 강하고 스타일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작사들이 좀 더 다양한 작품을 제작해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이 이런 걸 싫어해요.” 라고 말씀하시곤 하는데요. 저는 우리 관객들이 지금까지 경험한 것을 볼 때 충분히 다양한 작품을 소화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관객과 제작사 모두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더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거라 믿어요.

그리고 한국 뮤지컬 산업 발전에 있어서 관객은 절대적인 부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마지막에 극을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관객이고요. ‘한국 관객은 굉장히 적극적이다’라는 면에서 정말 감사하죠. 다만 관객들에게 한 가지 부탁 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껏 배우 위주의 작품을 사랑해주셨다면 앞으로는 작품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좀 더 작품에 대한 열망이 있는 관객으로써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또한 창작자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누가 창작을 해서 어떤 걸 만들어 냈는지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들이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어요. 창작진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창작진들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이 종합예술이다보니깐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최종 결과물은 하나로 나오기 때문에 다른 파트도 물론 그렇겠지만 뮤지컬 작곡가는 정말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하고 다른 예술 장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나 혼자 음악을 잘 한다고 해서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모든 파트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고 난 다음에, 내가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더해 노력해서 완성을 시켜야지 종합예술의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편협한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고. 한계에게 부딪히기 쉬워지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과 부채의식을 늘 가지고 작품에 임하면 좋겠어요.

정리: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