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지 않아서 평일에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드물다...지방사는 이의 서러움 ㅠ 그래서 주로 주말에 공연을 보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주말만 공연을 볼때의 최고 장점은 주말에 봤던 공연이 좋으면 그 다음주 내내 기분이 좋다는거! 단점은! 생각지 말자 ㅎㅎ사실 대부분은 좋으니까;

그런점에서 뮤지컬 모래시계는 일요일 밤공으로 봤는데 마지막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내내 흥얼흥얼~월요일임에도!! 갑작스레 내린 눈으로 도로 위 차들이 거북이 걸음이 되었어도!! 기분좋게~출근!!

왜냐면 난 어제밤 뮤지컬 모래시계를 봤으니까!!!



뮤지컬 모래시계는 오래전 방영했던 동일제목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 이정재.

지금도 그 이름만으로 기대를 갖게 되는 배우분들이 출연했고,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었던 송지나작가님의 작품. 방영 당시에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밤거리가 휑해졌고...어른들의 귀가시계로 불렸다는;;;

정말 한 편의 인기 많은 드라마는 그 시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이후 추억으로 이어져서 오래토록 사랑받는듯. 방영 당시 초등학생이었던지라..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이후 예능 등에서 최민수패러디를 하는 걸 봤고, 각종 프로에서 드라마 모래시계를 다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내용은 몰라도 유명 장면이나..명대사는 다 알고 있다는;;



뮤지컬 모래시계는 무대에 오른다는 기사를 봤을때만 해도 관심이 크지 않았다. 뭔가..남성만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약간의..편견??같은게 있어서;;; 살포시 외면했었더랬는데...

2017.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시상식의 생중계를 보던날! 그 축하무대!!!

거기서 우우우우우~~~하면서 펼쳐진 축하무대를 보고 어머 이건!! 이건 봐야겠구나!!! 라고 간단히(?) 생각을 바꾼;

그래요..이렇게 단순하게..좋아지고..좋아하고..그러합니다ㅠ

보신분들은 아마..저랑 비슷하게 느끼지 않았을까...라고 혼자 생각해봅니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정말..우리에겐..아픔의 시대인 1970~1990년의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이야기 이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육사 입학 시험에서 본인과는 아무 상관없이 탈락하고 길 위의 삶을 살게 된 태수(신성록), 자신의 신념을 어릴적부터 굳건히 하며 자랐던 수재 우석(박헌형). 아버지의 온갖 악행에 치를 떨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혜린(김지현). 태수와 우석의 친구이면서 야망으로 가득차 있던 종도(강홍석). 혜린의 곁에서 묵묵히 그녀만을 지키던 재희(김산호).





시대와 인물들을 보면 왠지 어떤 내용일 지 짐작이 가는 드라마 같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 특별했던 건 5.18.민주화 운동을 최초로 다룬 드라마...였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드라마 방영 중에 5.18민주화운동의 실제 필름을 삽입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감춰진것이 많았던 사건이었기에 TV드라마로 그 장면들을 본 다는건..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도 당연히 높였을 것 같고, 드라마가 갖는 의미도 더 커지지 않았을까.



축하무대를 보고 공연을 보기 전까진 뭔가 남자들만의 그런...우정?? 것도 아주 진한...그런걸 주로 다루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걸 기대하기도 했었고.

실제로 뮤지컬 모래시계는 태수와 우석이를 통해서 서로를 위하고 진짜 아끼는 우정이 어떤 거란걸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첫 등장씬에서 죄수복을 입고 나온 태수를 보면서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가 궁금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죄수복을 입고 등장한 태수를 보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친구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우석이의 아픔이 전달이 되기도 했고, 저 시대가 아니었다면 보다 더 훨훨 날아다니지 않았을까..보다 더 멋진 삶을 살았을 사람이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어서.



태수와 우석이의 우정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신성록배우님과 박건형 배우님의 연기가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두 분 모두 무대에선 처음 봤는데 시작할때부터 끝날때까지 태수와 우석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줘서 보는 내내 몰입하고 볼 수 있었다. 실제 연세는 꽤..되실텐데..17살의..교복입고...17, 18, 19을 노래하는 모습이 내눈엔 어색해 보이지 않아서;; 자신은 가고팠던 학교를 떨어졌어도 합격한 친구를 위해 엄마의 가게를 정리한 돈을 등록금으로 선뜻 내주는 아이. 이후 학비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서 또 선뜻 힘들게 번 돈을 내미는 아이. 그런 태수의 모습이 시대로 인해 펼쳐보지 못 한 꿈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함께 보이는 듯해서 보는 내내 씁쓸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으면서 뭔가 막히는거 같고,,풀리지 않는거 같으면..내 팔자..혹은 내 수저(?)타령을 많이 하곤 하는데..7~80년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이 무엇에 그들의 꿈이 막혔는지를 생각하면...감사해야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ㅠ

태수와 우석이의 진한..우정이 좋았던 만큼 살짝 아쉬웠던건..태수와 혜린의 사랑이...우정에 비해선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다. 고기를 구우면서 처음 만난 태수와 혜린이가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고..결국은 본인을 희생하게 되는..그런 전개에서 조금은 더 ..뭔가...사랑에 타당성을 말하는게 이상하지만;;; 좀만 더...확실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둘의 넘버는 참 좋았는데...ㅠㅠ 막..피어나려는데...우리 태수가 ㅠㅠㅠㅠㅠ 좀만 더 사랑하게 해주지ㅠㅠㅠㅠ

뮤지컬 모차르트 이후에는 대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나면...뭔가..앙상블(앙상블이란 단어를 쓰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는데;;)분들의 떼창외에 크게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어서 아쉬울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이 극을 보기 전에도 넘버에 대해선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우우우우우~하는 그런 멋진...장면을 보고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기대했던 것 보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넘버가 있어 반가웠다. 한 번 본 걸론..잘 기억하지 못하는...오늘도 열일한 나의 머릿속에 있는 성능좋은 지우개 덕에 많이 기억하지 못하지만...너에게 건다?? 태수의 솔로 곡이었던 거 같은데...그 곡이 가장 인상 깊었고, 그 곡 외에도 몇 곡이 보면서 오.....하고 봤었는데...한 번으론..기억하지 못하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거진 3시간정도가 되는 긴 극이었는데 1부도 2부도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정말 많은 배우분들이 나오시는데 어느 한 분 튀지 않고, 연기도, 노래도 정말 좋았다는. 앙상블분들도 정말 많이 나오시는데...진심...엄청 바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커다란 무대를 앞뒤로 양옆으로 진짜 꽉꽉 채워주셨는데 그 큰 무대가 작아보였다는;;;



무대연출 부분에서도 좋았던 것이 그 시대의 사건, 인물들에게 벌어진 일 들을 기사의 형태로 무대에 띄어서 보여줬었는데 그 연출도 개인적으론 좋았다. 지금은 역사 책에서나 볼 수 있다는 삼청교육대..남산...그러한 존재들을 무대 가득 쏘아지는 사진속에서 보니까 뭔가 더 크게 느껴졌다는.





공연 마지막 무렵...모든 출연진이 들어가고..

자막으로 나오던 혜린과 우석의 대사...

이제 부터 시작이라는 우석의 대사...배우분의 목소리로..읊어줬으면 더 여운이 오래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정말 좋았다는..





1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드라마라서 조금은 촌스러운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몇 십년 전의 인물들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공연을 직접 보기 전에는.

직접 보고 나니 약간의 기분좋은 촌스러움이 있고, 깊은 공감과 진한..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