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판소리햄릿프로젝트> 2017.02.21.화.pm8

저번에 볼 기회가 생겼었는데 시간이 안맞아 놓쳤던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운이좋아 결국 보러왔네요*_*

그러고 보니 성수아트홀은 처음 오는 것 같아요!

자리도 나열 중앙쪽이라 넘 좋았아요 >_<

판소리와 햄릿이라니 ! 제목부터 궁금증 유발~

지난번에 본 공연 중에 햄릿을 각색한 연극이 있었는데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건 어떨지 걱정반 기대반이었는데요. 평이 꽤 좋은 것 같길래 기대감을 더 많이 안고 갔습니다! 판소리는 평소에 자주 접하지 않는데다가 판소리와 햄릿을 어떻게 콜라보했을지 넘나 궁금한 것 *_* !!

스포 있으니

원치않는 분들 뒤로가기 누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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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에 요거 홍보영상 뜬거 보고 여자 네 분이 나오는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모두가 여배우님들은 아니었지만 최근 넌센스2, 꽃의 비밀 후기에서도 말했듯이 남자배우분들 중심의 작품이 많은 와중에 여자배우분들 중심의 작품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저는 영화볼 때도 티져영상을 보지 않고 가는데요~ 고전이나 원작 소설, 원작 영화가 있는건 미리 보고 가지만 왠만한 공연은 시놉이나 공연정보를 정독하고 가지 않는 편이에요~ 전 모르고 봤을 때 알아가는 재미가 더 크더라구요ㅎ

햄릿은 책으로 접해서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이 공연에 대한 사전 지식은 판소리와 햄릿이라는 것 말고는 거의 없이 갔지요~

보다보니 네명의 등장인물이 똑같은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갖추고 있었고 대사를 들어보면 그들 모두가 햄릿인 것 같더라구요~ 보면서 "아, 햄릿 마음 속에 있는 각기 다른 자아들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관람 후 공연정보를 찾아보니 '4인 4색 햄릿이 만들어가는 자아분열 프로젝트' 라고 적혀있더라구요!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4명의 햄릿 자아인걸 모르고 봤음에도 인지할 수 있을만큼 이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게 잘보였다는 의미겠죠?!ㅎ 이 점도 그렇고 보는내내 들었던 생각이, 햄릿 원작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해가 잘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리고 판소리라고 해서 살짝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판소리와 서양 음악의 조화도 간간이 나와서 신선했고, 특히 맨 마지막에 햄릿과 레어티스의 대결씬을 판소리로 표현하는 부분은 그 장면만 그대로 특허?!를 내도 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대단했습니다!!! '햄릿 결투가' 뭐, 이런 제목으로 정말 한 노래로 발표하셔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ㅋㅋㅋ

이런 점들에서 공연 정보에 나와있는 문구인

'판소리도 어렵고 햄릿도 어렵다? 타루의 햄릿은 다르다.' 라는 글귀가 확 와닿았어요!

최근에 관극 후에 공연정보를 다시 살펴보면 왜 이런 말을 적어놨는지 이해가 안가고, 홍보를 위해 과장광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던데 이 작품의 공연 정보에 나온 말들은 정말 이 극을 잘 표현한 문구가 아닌가 싶네요~

( 인터파크 공연정보 캡쳐 )

말그대로 정말 친절하고 똑똑하게 풀어낸 판소리 햄릿! 친절하다는 것은 위에 말처럼 햄릿을 쉽게 잘 풀어놨기 때문이구요,똑똑하다는 것은 정말 보는내내... 이거 만든 사람이 천재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했어요!!! 어떻게 햄릿을 이렇게 풀어낼 생각을 했는지!

햄릿의 내면을 여러가지 목소리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햄릿의 1인칭 시점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어서 그점이 굉장히 흥미로웠구요, 4인의 자아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애니 영화 인사이드아웃이 떠오르게도 했네요 ㅎㅎ

햄릿의 시점을 주로 다루면서도 장면을 재연하는 과정을 보여주어 다른 인물들의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구요. 햄릿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스토리가 탄탄했던 것 같습니다!

대사가 사투리인 것도 인상적이었는데요~ 판소리 햄릿이라서 그런지 사투리 대사도 묘하게 녹아들더라구요 ㅎㅎ 정말 제대로 동서양의 조화를 보여준게 아닌가 싶네요!

햄릿의 대사를 사투리로 이야기하는데도 거부감이나 이질감이 없었어요~ 거기에다 중간중간 현대적인 어법을 사용한게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습니다ㅋㅋ

예를들면 오필리어에게 '여친'이라는 표현을 한다던지, 내 이야기는 천년의 '베스트셀러'일 것이다라는 것 등등ㅋㅋ 판소리 노래 도중 '아웃오브 사이트 아웃오브 마인드' 나올 땐 빵터졌어요 ㅋㅋㅋㅋ 판소리로 영어 속담을 들을줄이야 ㅋㅋ

판소리로 이야기 풀어가며 노래하는 장면들은 진국이었습니다..! 판소리 노랫말까지 다 창작하셨을텐데 어쩜 저렇게 썼을까 싶고 ㅎㅎ

정말이지..... 감탄의 연속 ㅠㅠㅠㅠㅠㅠㅠ

판소리처럼 노래하다 대사하다 노래하다 대사하다 밀당하는 부분도 넘 좋았고 어떤 곡은 스페인 기타 선율, 어떤 곡은 현대적인 느낌의 발라드 선율이 깔리고 거기에 판소리를 얹어 오리지날 판소리뿐 아니라 퓨전 판소리를 들을 수 있던 것도 좋았어요!!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중간에 연극 대본쓰는 동안 나온 힙합은 좀 쌩뚱맞지 않았나 싶어요...ㅎㅎㅎㅎ

이미 앞에서 보여준 현대적인 멜로디에 판소리를 들은 것 만으로도 퓨전은 충분했기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건 아닌가 싶더라구요~

물론 그 부분에서 소리 연주하시는 분이 모자에 썬글라스 끼시고 바운스 타는 모습에 저도 관객분들도 빵터지긴 했지만 말이죠 ㅋㅋㅋㅋ

힙합은 굳이 없었어도 될듯?ㅎㅎ 그게 살짝 튀어보였어요 ㅎㅎ

배우분 네 분 말고 소리 연주를 담당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몇가지 악기를 다루시는 건지 ㅎㅎ 대단하시더라구요~ 북을 치시는 것 뿐 아니라 뱃고동 소리 등 여러가지 소리를 만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전에 보이스 세미나에서 들었던 말도 생각이 났네요~

옛날에 제례악, 종묘악 등 궁중음악들은 모두 '노래'라고 불렀는데 판소리는 노래가 아니라 '소리'라고 불렀다고, 그 이유는 판소리에는 노래 뿐 아니라 귀신소리, 새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며 그래서 판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요!

4명의 햄릿이 재연 장면에서 역할을 맡아서 하게 되는데 자칫 복잡하거나 헷갈릴 수도 있었지만 각 역할에 따른 오브제를 사용해서 그 혼란을 줄여주었습니다. 예를들어 선왕의 유령은 말가면을 쓰고, 숙부는 술잔을 들고 나오는 것들이요~

다만 네 명의 자아 한명한명의 특징을 정확하게 잡기에는 살짝 혼란스러웠는데요, 아마 다른 인물들하고 재연하는 부분들도 들어가있다보니 왔다갔다 해서 그런 것 같아요~근데 이부분은 크게 극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있어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고 그냥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오필리어와 햄릿의 대화 장면에서 외모지상주의와 관련된 사회 풍자 내용이 담긴 판소리 부분인데요~ 진짜 그 부분은 그대로 박제해놓고 돌려보고 싶을 정도 ㅋㅋ

또 오필리어가 부르는 노래 두곡이 다 너무 좋았어요 !! 책읽을 땐 미처 몰랐는데 오필리어가 왜이리 불쌍하던지... 햄릿과 헤어지고, 본인이 죽고나서 부르는 노래 두곡에서 눈물이 찔끔 났네요..판소리로 들어서 그런지 더 슬픈 것 같아요 ㅠㅠ...

그렇게 간신히 눈물 참고 있다가 마지막에는 터져서 줄줄줄...

햄릿을 보고 울줄이야..ㅠㅠㅠㅠㅠㅠ

책에서 볼 때보다 햄릿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다루다보니 더 안쓰럽게 느껴지고 우리나라 정서의 판소리 가락이 애환을 더해준건지.. 너무 슬프더라구요... 마지막에 네 분이 옷과 가발 모두 벗고 떠나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아무것도 없이 무로 돌아간다는 말도 떠올랐습니다..

공연 막바지 즈음에 시계보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ㅎㅎ 끝에가 살짝 길어진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요~ 저는 끝까지 재미있게 봤지만 그부분은 아마도 너무 친절해서인듯 합니다 ㅎㅎ

판소리로 푸는 부분도 있고해서 설명적으로 푸는 점이 있었는데, 뒷부분에서 이미 한번 나온 내용을 다시 되짚으며 이야기하는 것들이 몇번 있던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친절하신건 물론 좋은거지만 중복되는 대사나 노랫말은 조금 정리해도 될듯해요!

다른 분들은 어떠셨을지 모르겠지만, 약간 호불호가 갈릴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재미있게 관람했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속으로 계속 감탄하면서 봤네요!!

배우분들 성함은 적혀있는데 사진 매치가 안되어있어서.. 잘모르겠지만 아마 송보라 배우님인 것 같은데 (마지막에 결투하는 부분 노래하신 분요!)

그 분 목소리로 듣는 판소리가 정말 너무 좋았어요♡ (다음 시즌엔 공연정보에 배우님들 얼굴과 성함 꼭 올려주셨음 좋겠습니다~)

저는 프로그램북을 잘 안사는데, 이건 꼭 사고 싶어서 공연 끝나고 갔는데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거에요 ㅠㅠ 지갑에 현금이 하나도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현금 좀 뽑아 놓을걸... 고작 3천원이 없어서 그걸 못샀다는게 쓴웃음 나더라는 ㅋㅋ

왜 이걸 이제 봤을까 싶고.. ㅠㅠ 더 일찍 봤으면 입소문 열심히 냈을텐데 말이에요!! 이번주까지가 끝이라고 하니 제가 다 안타깝습니다..!! 혹시라도 막내리기 전에 시간되시면 꼭 한번 보시라고 강력추천 해드려요 !!

타루라는 국악뮤지컬팀 작품으로 매년한다고 들은것 같은데 내년에도 하면 저 꼭 다시 보러가려구요!!!! 이렇게나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다음 시즌도 기대할게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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