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두산인문극장 2016: 모험'을 주제로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 <게임>,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가 차례로 공연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게임>에 유독 관심이 갔던 건 와 <수탉들의 싸움>의 마이크 바틀렛 때문이었어요. 개인의 이야기지만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흐름과 집단의 갈등을 담아내는 힘이 탁월한 작가라서 다른 작품들도 궁금했는데 <게임>이 공연된다는 소식에 당연히 보고 싶었습니다.
깔끔하고 정돈된 집에 감탄사를 마구 날리며 들어오는 애슐리와 칼리. 그들은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집을 비롯한 모든 것을 제공받는 대신 일상을 고스란히 다 오픈하기로 계약을 맺고 막 입주한 상태에요. 집 때문에 힘들어했던 그들이기에 안정된 주거공간이 없는 삶보다는 사생활을 제물로 바치고 집을 가지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사생활 공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면 애슐리나 칼리에게 마취총(?), 충격탄(?) 뭐... 하여튼 그런 걸 쏴서 기절시킬 수 있는 걸로 확대되어가요.
공연 소재 자체는 제가 썩 달가워하지 않는 주제입니다. 평소 리얼리티쇼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게임>을 보는 동안 내내 텁텁했거든요. 애슐리와 칼리가 살고 있는 주거공간을 둘러싼 마치 방청석 같은 객석은 우리 역시 지켜보는 눈에 가담하길 요구합니다. 관리자 데이빗과 함께 위에 달린 모니터에 등장하여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며 증오심을 담아 총을 쏴대는 고객들의 비인간적은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죠. 저들에게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공포....;;;
마이크 바틀렛다운 포스를 보여준 <게임>은 이번에도 제 마음을 무척이나 불.편.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내 소유가 아닌 집이라도 가지겠다고 모든 걸 던져 넣었음에도 그 속에 행복은 존재하지 않지만... 물질적은 안정에 길들여진 그들은 자의로 그만두질 못하거든요. 결국 어쩔 수 없는 결말이 왔을 때 새로운 출발점으로 나아가는 애슐리와 칼리에 비해 모든 비극의 마침표를 찍는 데이빗이 더 안쓰러웠던 건 그가 아이에게 하는 말에서 이도 저도 아닌 그의 삶이야말로 탈출구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고객들의 행위가 극단적으로 표현되어서 그렇지...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앞뒤 안 가리고 키보드 워리어를 시전하며 선과 악의 잣대가 ‘나의 즐거움’이 된지는 이미 오래인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SNS가 대중화되면서 그런 모습은 더욱 가속되었다고 보거든요. 실상을 파악하기보다는 보이는 외양에만 치중하고 일상이 일종의 ‘게임’이 되는 세상에서 나 역시 어디선가 나도 모르게 어느 쪽이 됐든 간에 역할극을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기분이 내내 텁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