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백수광부의 20주년 기념 공동창작극 햄릿아비.
지하철에서 자다가 종점까지 가버린 주인공 남자 (극 중 햄릿으로 불림)가 갑자기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며 겪게 되는 기묘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도시락 폭탄을 만드는 고등학생, 역사를 다시 쓰는 사관, 검열에 대해 쓴소리를 날리는 예술가들, 농성 중 자살한 근로자, 남태평양 섬에서 성노예로 버려진 어느 15세 소녀 그리고 세월호이야기까지. 시대의 아픔을 빠짐없이 무대 위에 풀어냅니다.
세익스피어의 정극에서 한참 벗어나서 한국사회를 거칠고 공격적으로 풍자하는, 영화로 치면 유치한 B급 컬트무비?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극단 백수광부의 과부들을 봤기 때문에 저는 이 극단이 클래식한 공연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느낌을 기대하고 갔는데 너무 날것의 연극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기타를 둘러맨 고등학생이 진보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쌍욕을 내뱉고, 연극 중간 갑자기 쉬는 시간이라면 배우들이 나란히 앉아 연극계의 검열에 분노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굿판 등 대놓고 직접적인 사회 풍자극입니다.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한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연극의 많은 부분이 세월호 내용이고, (A석 가장 안쪽 좌석이라 무대 왼쪽이 잘 안보여 극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다른 관객들 반응을 살폈는데 우는 분들이 좀 있더라구요. 반면, 극 시작 십여분 후 무대 전환을 위한 암전시간에 후다닥 나가버린 관객도 있었습니다. (아마,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왔다가, 십분쯤 보고 생각했던 내용이 아니다 싶었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