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일하는 한 선생님은 성적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내담자를 상담하기 시작하면서 LGBT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했다. LGBT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와 같이 '성적정체성 혼란'과 '성적 소수자'라는 아래 묶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한 키워드라 할 수 있다. 그녀는 LGBT에 대해 어떤 통찰과 지식을 얻기위해 한 세미나에 참여했고, 그 세미나의 첫 수업에서 그녀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한다.
'여러분은 왜, 어쩌다가, 이성애자가 되셨나요?"
그 질문을 받으며 세미나실 맨 앞줄에 앉아 노트 필기를 하고, 줄을 칠 테세로 편을 쥐고 있던 그녀는 그 소리에 탁! 공책을 접고 펜을 내려 놓았다 했다. 그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그 질문 하나로 그녀는 자신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며 절대적이라 여겼던 가부장적 이성애자의 현실이, 누군가에게는 부자연스럽고 당연하지 않으며 상대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였다.
굳이 동성애자를 '이해'하겠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할 필요도 이런저런 '가설'을 세우며 '추정'하고 '진단'해 볼 필요도 없었다. 그들에겐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거였고, 이성애가 부자연스러운 거였다.
대학을 다니고, 사회문제, 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고민해봐야한다고 하므로, '적어도' 머리로는 동성애자들의 '이상한' 성적 정체성, 성적 취향을 '이해'하고 '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지몽매하고 '거만'한 시도였던 거였다. 동성애자란 '머리'로 '이해'하거나 '이상하다, 다르다. 그러므로 틀리다'고 '판단'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사랑과 인정의 욕구를 가진 보통의 '사람' 인거다.
결국 그녀는 세미나 시간 내내 강의에 집중하는 대신, 강사의 첫질문에 대한 자기 나름의 답을 찾게되었다고 했다. 왜 나는 어쩌다가 이성애자가 되었는가? 이 질문이 기발하고 신선하고 경악스러웠던 지, 그녀는 한 두번쯤은 이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던 것 같다.
무심결에, 당연하듯, 왜 (그 엄청난 호모포비아의 공세와 억압과 회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어쩌다가(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입지를 위태롭게 되는) 동성애자가 되었는지? 를 질문하는 이성애자스러운 질문만 해보다가, 왜, 어쩌다가, 이성애자가 되었냐는 참신한 질문을 받아본 거였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그녀는 그날 그녀에게 이성애자라는 성적 정체성이 '선택'이 아니었듯, '동성애자'라는 그들의 성적 정체성 역시 '선택' 이 아니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 성적 정체성은 '선택'이 아니긴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은 왜 그 엄청난 호모포비아의 공세와 억압과 회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면서까지 동성애자가 되려하겠는가? 그저 편하게 이성애자하지 말이다. 그건 그들의 성적 정체성이 '선택'이 아니라 '운명' 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성애자가 주류인 사회, 동성애자를 억압하는 이성애자의 사회에 동성애자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성애자의 압력은 동성애자의 성적 정세성이 '선택이 아닌것'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지만,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은 각고의 고민과 회한을 듬뿍담은 '선택인 것'으로 만든다. 그만큼 이 사회에서 동성애자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그런 성적정체성을 밝히는 것이 어렵다. 상담실에 와서 이런 고민을 털어놔도 '왜 어쩌다가 이성애자가 되셨냐'는 질문을 받아본적이 있는 상담 선생님조차 별로 없는 거다.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내내 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사실 '당신은 왜, 어쩌다가 이성애자가 됬냐'는 질문이 사실은 이제 조금 진부하긴 했지만, 이 사회 속의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무척이나 참신하고 충격적이다. 그러기에 뮤지컬 '자나돈트'는 참신하고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뮤지컬은 '사랑'과 '음악'과 '댄스'를 음미하러 온 보통의 일반적인 대다수 관객들에게 바로 이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왜, 어쩌다가, 이성애자가 되었나요?
사실 이런 뮤지컬을 공연하는 사람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긴 했었다. 무대 위에서 여자들끼리 키스하는 모습까지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런데 남성들이 키스를 퍼붓고 팔짱끼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조금 충격적이다. 그들이 키스를 할 때마다 관객들은 놀라움의 탄성을 질렀다. 나는 혹여나 뮤지컬의 뒷문으로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지 않나 살폈는데, 모두들 놀랍긴하지만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이야기 속의 모든 전제는 동성애 사회이다. 그리고 동성애 사회에서 이성애자들은 서로 끌려도, 사랑에 빠져도 이를 결코 인식해서는 안되고, 발설해서도 안되고, 내 비쳐서도 안된다. 이성애 사회에서 동성애가 터부시 되듯, 동성애 사회에서는 이성애가 터부시 되는 거다. 영화는 이렇게 주류가 지향하는 성적 정체성, 성적 취향을 바꾸는 전제를 통해, 우리가 대상화하는 '그들'이 그들이 대상화 하는 '우리'로 뒤집어졌을 때 어떤 일이 나타나는 가를 무대위에서 실험해준다.
음악도 신나고 춤도 신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뮤지컬 전체 분위기는 재기발랄하고 신나며 유쾌상쾌통쾌하다. 그래서 자칫 이 뮤지컬의 교훈성은 흥미롭게만 그렇게 흘려버리게 될 수도 있었다. 나는 이 뮤지컬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 이 점에 있다고 보았다. 매우 교훈적이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그렇게 신나는 이야기, 기발한 상상력으로 설득하지 않고, 그저, 다만, 즐겨보라고, 느껴보라고 하는 것. 그래서 나는 뮤지컬을 보는 내내 발가락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소리를 질러가며 웃어재끼며 배우들의 동작과 말과 춤을 따라갔다.
이 뮤지컬의 이름이 '자나 돈트'인 걸로 보아, '자나'는 본래 이 뮤지컬의 주인공이기로 되어있었던 것 같으나, 사실 이야기 속에서 그의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이라는 관계를 이어주는 사랑의 큐피트로 등장한다. 남자와 남자 커플이든, 여자와 여자 커플이든, 여자와 남자 커플이든, 그는 활시위를 당겨 두 사람의 가슴팍에 사랑을 꽂아 서로에게 정신없이 끌리게 했던 개구장이 큐피드처럼, 마법의 요술봉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시켜준다. 그게 그의 임무고 즐거움이고 존재이유인거다. 그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은, 그의 역할이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타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이기에 그랬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그를 보며, 조금은 동일시를 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사랑은 이어주면서, 정작 자신은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나와 비슷하지 않나 싶어, 짠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은 상담해주면서, 정작 나는 상담을 받지 못하니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그가 사랑을 찾으면서 뮤지컬이 끝났던 만큼, 나에게도 상담해주는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나타날것 같은 예감이다.
이 뮤지컬은 말한다. 사랑은 다 괜찮아 라고.
그게 동성애가 됬든, 이성애가 됬든,
어떤 것이든.
정말 재미있는 뮤지컬이었습니다.
유쾌하고 흥겹고,,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어요.
한번더 보고 싶네요.
ost 좀 듣고 가서 그런지, 노래가 귀에 익어서 좋았습니다.
너무 빠른 템포라서,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더군요, 배우님들 정말 힘들거 같아요.
무대도 아기자기 하고, 전 헤어스프레이가 많이 생각이 나더군요. 같은 제작사라 그런가요?
소재는 동성애이나, 보는 내내 동성애 느낌이 거의 없이,, 그냥 고등학생들의 상큼한 로맨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 끝날때까지 멋지게 하시고요,, 돈과 시간 여유가 있으면 한번 더 볼까 고민중입니다. ㅋㅋ
호영님걸로 봐서, 진규님꺼 봐야할듯.
그런데, 호영님이 원래 그런 역할 정말 잘한다고 했는데.. 저는 태왕사신기와 헤어스프레이 모습만 있어서 그런지 좀 낯설더군요. 그런데 정말 잘하시더군요. ㅎㅎ
이번 공연 잘되어서, 앞으로도 롱런하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캐스팅에 따라서 느낌이 참 많이 다를거 같아서,,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하는 자나돈트가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