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19~7.6/140분/선돌극장/만13세~/2만5천원/관람:6.19.목.늦은8시모티브이든 시대배경이든 고조선~현재까지의 폭녋은 역사. 흑역사라 불리는 어두운 역사들. 수없이 등장하는 영수와 영희들. 빠르게 전개되는 역사 블랙코미디. 위안부, 입양아, 극빈층 철거민들, 연습생성접대, 2009년까지 이어 나열되는 고공시위자들, 계속 돌고도는 과외를 받는 자와 과외를 하는자 들의 평행선 위에 놓인 갑을관계, 역사적 사건들에서 떠나는 자와 남는자의 돌고 도는 릴레이. 선조, 침략자의 입장과 그들을 동조하는 논조들. 지금의 지하철안 우리 모습들. 그리고 마치 매뉴얼대로 짜여진 듯 흘러가는 연애까지도. 그리고 화려한 불빛 반짝이는 밤문화. 노랫말이 대사처럼 절묘하게 댓구되는 조합들.. 어지럽다. 주제도 구조도 뺑뺑뺑 돌고 돈다. 마지막 2024년의 서울. 기계인간이 되어야만 살 수 있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 환도열차. 기계인간이 되기 부적절하거나 타산이 맞지 않는 이유로 다시 텃밭을 가꾸고 문패를 달고 싶은 소소한 꿈조차 이룰 수 없이 다시 1년을 기다려야하는 그들을 실은 기차는 서울을 무정차 통과한다. 뺑~돌아 가는 것. 정말 어지럽다.. 방대한 내용. 빠른 전개. 어느 정도의 역사지식이 없으면 따라가기조차 버겁다. 대사와 장면 이해도 80%정도.ㅜㅜ
연극은 보는 이에겐 희망이 될 수 있어도 하는 이에겐 절망이라 하더니...이건 뭐... 상처를 들추어 건드리고 그것도 모자라 낱낱이 까뒤집혀 발가벗긴다. 아주 너덜너덜하다. 부끄러운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란 것도,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말고 돌이겨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두세군데의 웃음만을 남긴 상처투성이의 이 흔적이 부끄러운 밤이다.
여긴 어딥니까? 계속 가야합니까? 아직 더 남았습니까? 여기 사람 있습니다.
보러오는 사람들이 그래프 아래쪽 평행선인 중산층, 혹은 3사분면에서 시작해 4사분면 아랫쪽으로 화살표를 달고 내려가는 서민층인데 뭘..어쩌리. 봐야 할 사람들을 몽땅 잡아 그물에 담아와 여기 우르르 쏟아놓고 한 순간도 고개 돌리지 못하게 1:1로 붙잡고 보게하고픈 맘이 굴뚝같다.^^ 난 보았으니^^패기넘치게 외치는 "10분간 휴식"ㅋㅋㅋ. 관객들이 나갈 때까지 무대에 그대로 선 배우들. 인사를 주고받지 않는 배우과 관객들. 한 걸음 다시 또 멀어진다...낯익은 그리고 낯선 그러나 대단한 배우분들. 의자 하나씩을 가지고. 끝나지 않은 잔혹사가 아니라 끝나지 않는 잔혹사라..교향곡이 아닌 변주곡이니까. 김훈만배우님! 힘이 느껴진다. 공교롭게도 최근 무대에 올려진 몇몇 극들이 생각나게 한다.
<끝나지 않는 한국사 속 잔혹사>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던<뺑뺑뺑>의 첫날 첫 공연을 만나고 왔다...
입장시 공연은 2시간30분의 런링타임이라는 안내를 받고 솔직히 좀 놀랬다...
소극장의 공연시간으론 상당히 길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극장안으로 들어서 바라본 무대에는 의자들이 관객석에 등받이를 보이고 놓여져있다...
그리고 12명의 영희와 영수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산고의 고통을 호소하는 영희들과 영수들의 엄마와 산고의 고통속에 신음하는 영희들과 영수들을 응원하는 그들의 부모인 영희들과 영수들...
그리고 “응애~~”하며 영희들과 영수들이 태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뺑뺑뺑>의 작품은 수많은 단편단편들로 이어져 나간다...
시대적으론 멀리 고조선의 이야기부터 미래의 이야기까지 그렇게 긴 역사의 한국을 이야기한다..
극변하던 한국의 근현대사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2014년 현재의 서울의 한 가정의 가장인 영수가 가족들과 함께 자동차안에서 자살을 한다...
입양아인 갓난아이 영희는 자신을 미국으로 대려갔던 가난한 유학생 영수에게 자신의 삶을 돌려다라고 소리를 친다...
일제시대 위안부를 모집하는 아저씨 영수를 따라 위안소로 끌려가는 동네처자 영희...
강제동원되서 화와이로 끌려가는 조선민들 영희들과 영수들...
돈벌어보겠다고 베트남 전장으로 떠나는 영희의 아들 영수...
동생 영수의 뒷바라지를 하기위해 청계천 봉재공장으로 상경했으나 588집창촌으로 가는 누나 영희...
철거촌의 무자비한 강제 철거속에서 중장비차량에 깔려 죽은 영수의 어린딸 영희...
비정규직의 영희와 영수...환락가속의 영희와 영수...싸우고 해어지고 싸우고 해어지기를 반복하는 연인 영희와 영수....삼청교육대의 영희와 영수...민주화와 농민해방을 이루겠다고 농활을 가있는 영희와 영수...탑골공원에 모여 민주화의 희생자들을 욕하고 있는 늙은 영희와 영수...모니터앞에서 노무현, 전라도인들을 향해 거침없이 자판을 두드리는 일배소속 영희와 영수..
이렇게 수많은 영희들과 영수들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무한이 뺑뺑뺑 반복된다...
무엇인가 계속 불합리하고 무엇인가 계속 억압받고 무엇인가 계속 어두운 현실속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영희들의 삶과 영수들의 삶....
먼 미래의 열차속에서 영희들과 영수들은 가족과 집이 있는 서울로 다시 돌아가면서 이제 소박하고 평범한 꿈을 이루며 살아볼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들떠서 도착한 서울역에선 열차가 무정차로 통과한다...
다시 2014년 현재...만원의 지하철속에서 저마다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승차한 영희들과 영수들은 지하철선로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영희 때문에 약속시간이 늦어지고 출근시간이 늦어지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투덜된다...
자살한 영희는 지하철속의 영희들과 영수들을 향해, 그리고 관객석에 앉아 있는 영희들과 영수들을 향해 답답하지 않느냐고 지겹지도 않느냐고 목놓아 소리치고 울부짓는다....
이렇게 평범한 영희들과 영수들의 이야기는 끝이난다....
연극이 끝나고 연기를 했던 배우 영희들과 영수들은 한줄로 무대에 서있고 2시간30분가량을 관객석에서 바라봤던 영희들과 영수들의 멈출것 같지 않는 박수를 받는다.
배우들은 계속 그렇게 서있고 관객들은 하나둘씩 극장을 떠난다...
극장을 나온 영희들과 영수들은 서울의 대학로를 지나 다시 일상으로 뺑뺑뺑 돌아간다...그 잔혹함이 끝나지 않은 한국사속으로 영희들과 영수들은 들어간다...
이 작품에는 총 12명의 배우들이 등장하며 남, 녀 각각 여섯 분입니다. 극 중 모든 인물들은 영수(남자의 경우)와 영희(여자의 경우)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의 영수, 영희입니다. 영수, 영희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인물, 평범한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역사도, 우리의 삶도, 우리 사회의 부조리도 정말 지겹게, 반복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 주는 좋은 공연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