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7. SAT

한 주에 두번이나 대학로를 찾게 되었네요.

오늘 보게 될 연극은 '야간여행'입니다. 이 연극은 대학로 근처를 배회하다 보면 보이는 포스터들의 향연 속에서도 단연 주목하였던 연극인데 어떨 지 기대됩니다.

공연장은 찾기 쉽습니다. 4번출구에서 성균관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보이는 빨간 간판! "동국"

예전 '퍼즐'을 본 이후로는 이런 심리 추리 서스펜스 장르에 더 끌리게 되는데요. 사실 이런 장르를 워낙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자고로 대학로 연극이라 하면 실험정신과 새로움이 돋보여야 한다고 믿는 저이기에 더 기대를 하고 '야간여행'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좌석은 우측 가운데이군요. 물론 너무 좁아서 직원분과 얘기하여 뒤로 한줄 이동하여 관람했습니다.

연극의 시놉시스를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내용 이해 하는데 가급적 읽고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유는 나중에~

살인을 저지른 소설가 마크 크라머. 굴절된 삶에서 배우 프라이킨의 자서전을 핑계로 도피한 크라머는 뜻밖의 행운으로 절망의 나락에서 기사회생한다. 평생을 배우로 살아온 프라이킨은 현실마저도 무대이며 오직 자신만이 주인공이다.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그런 프라이킨의 태도에 역겨움을 느낀 크라머는 소설가인 자신에게조차 모멸에 찬 시선을 보내는 프라이킨에게 분노를 느낀다. 프라이킨의 아내 사라가 크라머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관계는 더욱 팽팽해진다. 결국 크라머는 프라이킨의 살인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치밀한 시나리오와 완벽한 알리바이로 프라이킨을 살해하는데 성공하지만 크라머는 의아하다. 내가 왜 살인을 했는가? 그리고 종내 우리는 알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는 누군가와 궤를 같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 연극의 특이점

1. 우선 이 연극은 주인공 마크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가 생각하는 것을 모두 알 수 있다는 것이 특이점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아냐구요?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그의 생각을 계속 대사로 알려줍니다. 그래서 굉장히 집중해서 봐야합니다.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앞에 있는 다른 인물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초반에는 조금 적응 안되지만 극이 진행되면 될 수록 이 부분은 적응이 됩니다.

2. 몇몇 장면에서는 탄성을 자아냅니다. 인트로에서 보여주는 야간 운전의 프로젝터 활용, 살인장면, 프라이킨 살해 알리바이 장면 등은 연출의 독특하고 신선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건 저러건 마크의 연기력은 몰입을 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합니다.

3. 그러나 연극은 어렵습니다. (솔직한 의견입니다) 퍼즐처럼 보고나서 계속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오판이었습니다.

우선 마크가 살인을 벌이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는 스스로 살인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는 관객이 그의 심정을 100% 이해할 수 있지는 않을 듯 합니다. 이는 흔히 싸이코패스로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흡사 '갑동이'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마크가 계속적으로 독백을 하지만 그 독백이 그의 살인의 이유로 삼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 홍이의 생각

- 그렇다면 이런 어려움이 연출의 부족함일까요?

원작을 보지 못해서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 한들 저는 이런 연극의 시도가 좋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불친절한 공연(엔터테인먼트 등)에 굉장히 낯설어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TV 에서 남발하는 자막에 익숙해져서 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어떤 상황이든 연출자의 시선과 의도를 자막으로 보여줘야 이해하는 것에 길들여 진 것이지요. 그래서 연출자가 조금만 꼬고 뒤흔들어 놓으면 힘들어하는 것입니다. 옛날부터 그렇게 들어왔던 티비는 바보상자라는 것이 현실로 보여지는 거지요. 우린 생각이 어느순간부터 멈춰버린 것입니다.

실제 이 연극에서 보여지는 마크의 모습들은 우리의 모습입니다.

누군가가 나의 부족함을 지적하면 그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욱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누군가가 가진 것에 대해 탐하게 되고

누군가가 나보다 나은 모습을 비꼬게 되고

이런 모습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 입니다. 확실히 옛날보다 참을성이나 인내심, 건전한 비판들은 주위에서 보기 힘드니까요. 그런 것들에서 못 참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우린 뉴스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히려 이렇게 눈앞에서 마크가 대놓고 보여주는 것에서 우린 심리적으로 방어를 하려고 한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는 쉴새없이 누군가를 비아냥 거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마음 속으로 그런 비아냥을 한두번쯤 해봤을거라 생각됩니다.(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그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모습에서 '나는 아니야'라고 거부하다 보니 이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 그렇다 해도 이 연극은 한 번 봐서는 개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재관람, 또는 독서 추천!

그러건 저러건 이 연극을 보고나면 마냥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느낀 그런 불편함들은 그렇다 쳐도 긴 시간동안 보여준 여러 내용들이 마크의 내면을 잘 설명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렇게 느끼는 것이 잘 설명을 안 해줘서인지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한건지는 판단이 잘 서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한번더 보던가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래야 조금 더 잘 이해가 될 것 같네요.

# 덧 붙이기

1. 어찌되었던 내용을 잘 숙지하고 보시면 조금 더 이해가 편할 듯 싶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아무것도 읽지 않고 보았다가 초반에는 고생했습니다.

2. 대사 하나하나에 주목하여 들어보세요. 은근히 중요합니다.

3. 노출신이 조금 있습니다. 마크의 욕망에 대한 표현 같은데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15세 연극이라 그런건가... 조금 애매하게 느껴졌습니다.

4. 소극장이니 좌석이 조금 불편한 것은 감안하고 방문하세요^^

5. 제일 답답한 것은 마지막 씬 이었습니다. 누군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표현 같은데 아직까지 해결 못해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