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디비 리뷰단으로 선정되어 민영이와 함께 보게 된 연극, 동치미
러브 스토리의 1탄 버전으로 청춘극장이 무대였다.
같은 극장을 어제 오늘 연달아 가게 되니 기분이 묘오..했다:)
연극 동치미는 느닷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겨울에 따뜻하게 우리의 마음을 녹여줄 가족극이다. 극 중 인물들로는 가부장적으로 보이지만 마음 한 켠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아버지 김선생,
퇴직 후 거동이 불편해진 그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는 김선생의 아내이자 자식 셋을 둔 어머니 정여사,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하여 기러기 아빠 신세로 남게 된 아들,
소위 잘 나간다는 집안으로 시집을 갔지만 시댁에 신경쓰느라 친정과는 자연스레 멀어진 큰 딸,
그리고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시집도 미뤄두고 연극 배우가 되겠다며 방황하고 있는 철부지 막내 딸, 이렇게 다섯 명이다.
실은 극장에 가기도 전에 이 연극을 내심 기대하고 기대했던 이유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배우가 되겠다는 막내 딸의 모습이 꼭 나와 닮아있어서 였다.
어떤 스토리가 전개가 될지, 과연 부모는 그런 딸은 너그러이 받아들여줄지.. 그런게 궁금했다.
극은, 시대가 변했으니 조상님들을 납골당에 모시자는 정여사와 이에 강하게 반대하는 김선생의 실랑이로 시작한다.
우리네의 아버지들처럼 가부장적인 김선생은 투박하고 차가운 듯한 어조로 말을 툭툭 던지곤 하는데 그 모습이 참 기억에 남는다.
우리 아빠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눈빛과 말투..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극중 김영감이 극의 초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애비의 정을 말로는 다 할 수가 없다.
그저 평소에는 묵묵하게 담아두고 있다가 두 말 않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게 아버지다." 순간, 우리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우리 아빠도 그렇다. 따뜻한 말 한마디 곱게 할 줄 모르시고,
잦은 짜증에, 애꿎은 언성만 높이기 일쑤이면서도
비라도 오는 날이면 밖에 나가있던 내가 행여 비라도 맞을까 걱정하고,
내가 집에 들어오기 전에는 좀처럼 잠자리에 드시지 않던 우리 아빠..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그가 살아온 삶을 기준으로, 자식들이 삶을 말리고 또 말린다. 30이라는 나이에 연극배우가 되겠다고 방황하고 있는 딸이 탐탁치않지만, 한편으로는 막내딸이 가장 걱정스럽다.취직은 하지 않고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아들을 만류하지만 결국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들을 이겨내진 못한다.
결국 자신의 집을 담보로 보증까지 서주지만, 아들은 보기좋게 망하는데..
이런 아들을 아버지는 오히려 따뜻한 포옹으로 위로하고, 빚을 갚으라며 통장과 도장까지 건내준다.
이런 말과 함께..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어둠 속에 별이 더욱 빛나듯, 밑바닥까지 내려가 봐야 올라올 수 있는거다. 우리 아들은 이제 성공할 날만 남았네. "
김선생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온 아내이자, 항상 아이들 편이었던 어머니는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자식들에게 짐을 주고 싶지 않아서
지병을 꼭꼭 숨기시다 결국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신다.
알고보니 뼈가 여기저기 부러져있었고, 그 고통을 참기 위해 진통제를 과다 복용했던
엄마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순간, 엄마가 생각났다.
갑자기 계절이 바뀔 때, 엄마는 한 해에 한두번 정도 호되게 감기 몸살을 앓는다.
걱정이 되어 병원을 가라고 해도 엄만 그저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 하곤 한다.
그렇게 엄마는 죽음을 맞이하고
엄마를 그리워하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의 영정에 불빛이 드리워진 채 작은 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나레이션이 극장을 채우는데, 우리 아빠와 참 많이 닮아 보였던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네가 하고싶다는 일을 자꾸만 말려서 미안하다. 시집을 가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이라 그랬다. 하지만 네가 좋다고 시작한 일이니 한 번 열심히 해봐라"
실제로, 아빠가 꼭 내게 하곤 했던 말이었다..
극적인 전개도 없는 스토리에 화려한 군무나 무대장치도 없이
작은 극장에는 단 다섯명의 극중 인물들만 있었지만..
그들의 연기는 진솔했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을 볼수 있어서
무대가 참 꽉 차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다소 어두웠지만 중간중간 깨알같은 웃음도 있어서 정말 울다가 웃다가를 끝없이 반복했던 것 같다.나를 울게 했다, 웃게했다, 들었다 놨다 한 요~물 같았던 연극.
극을 보는 내내 펑펑 울고난 후, 당당하게 배우분들과 함께한 포토타임
김선생님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