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대부분 남성들의 시선으로 극이 전개되죠. 비단 많은 작품들에서 여성은 여전히 수동적인 입장인 경우가 많아요그래서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세 여신을 통해 듣는 그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와요.
사랑에 얽매인 헤라, 사랑엔 어떤 경계도 없는 아프로디테, 다신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아르테미스,사랑을 두고 이렇게나 다른 관점을 가진 세 여인의 솔직담백한 수다를 듣다보면 공연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립니다.
소극장인데도 1~2층의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다 개성강한 인물들이 한층 극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세요~
정말 유쾌한 그녀들의 수다였습니다.
플레이디비 공연리뷰단에 당첨되어 지난 주말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를 보고 왔습니다! 워낙 텍스트, 연출이 좋다는 말을 들어서 볼까 하던 참에 좋은 기회로 관람하고 왔네요:)
극은 정말 좋았습니다!
여성이 주체인 극은 정말 간만이라 너무 반가웠습니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세명의 신을 통해 현대의 모습을 잘 풀어냈습니다. 그 많은 그리스로마신화 중 몇몇 에피소드만 상황과 이야기에 맞게 뽑아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습니다. 정말 잘 짜여진 극본이었습니다! 결혼, 가정의 신이지만 질투의 신으로 더 부각되고 있는 헤라. 사랑과 미의 신으로 사랑에 대한 예찬을 하는 아프로디테, 사냥, 처녀, 달의 신으로 아프로디테와 가장 반대쪽에 있는 듯 하지만 그녀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등... 각 신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현대인의 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성에 관한 젠더이슈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해 우리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주제들이 많았습니다.
무대는 조명, 소파만으로 이루어진 1층과 'ㄷ'자 형태의 2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굉장히 꽉찬 연출이었습니다. 조명으로 회상-현재 씬을 나누거나 인물들이 소파에 바꿔 앉으며 얘기를 하고 2층까지 골고루 사용하며 동선을 넓힌 것들 모두 좋았습니다. 깔끔한 무대에 좋은 연출까지...!
한송희 배우의 헤라역은 정말 찰떡궁합bbb
헤라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정말 잘 살린 것 같습니다! 김희연 배우의 발성은 조금 막혀있는?듯 했지만 대사전달은 좋았습니다. 이강우, 장세환 두 남자배우들도 여러 신들의 역할을 잘 해주셨습니다. 연기가 굉장히 좋았는데 배우분들의 지인인지 전혀 웃음이 나지 않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등장과 함께 웃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네요...
텍스트가 좋은 소극장 공연을 보고 온 듯하여 굉장히 만족합니다!
많은 분들이 보러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기억 저편에 있던 신화 속 신들을 나와 같은 '여자'로서 이야기하게한 각색이 아주 좋았다. 이야기가 바뀐 것은 없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화자가 변한 것으로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멋있고 메력 넘치는 남신들이 가정폭력, 강간, 불륜을 일삼는 주변의 그저그런 남자 1, 2로 치환된 것이다. 더불어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나와 내 주변의 언니 혹은 친구가 된다. 연애를 못하거나 혹은 안하는 친구, 반대로 연애가 곧 생명인 친구, 한 남자 아니면 곧 죽어도 안되겠다는 친구 그리고 속사정은 자기만 알고 있던 것. 그 속사정을 털고 보면 글쎄... 그게 우리가 잘못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들이었다. 그 질문을 하게 하면서 그렇지 않다. 잘못된 게 아니다. 하는 답을 주고 그럼 이런 것들을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할까, 하는 질문을 다시 제시한다. 우리만 변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서.. 하고 끝맺지 못하는 아르테미스의 이야기는 그 자리에 함께한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공연이, 여기서 던지고자 하는 뜻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시간이었다.
남성 주인공, 남성 배우가 이끄는 연극, 뮤지컬은
주류였고, 지금도 많고 많다.
다양성과 차별을 추구하는 이 분야에서
소재면에서는 이미 나올 것이 다 나왔다.
하지만 화자면에서는 그 다양한 소재마저도 남성들이 이야기한다.
여성 화자는 외면되어 왔다.
무슨 소재가 됬든 여성이 이야기하는 극이 보고 싶다.
그런 면에서 이미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의 의의는 충분하다.
이런 기울어진 세상을 바꾸는 이상적이고 시원한 결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성의 입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면에서
의미있고 뜻깊은 작품임에 분명하다.
앞으로도 주체적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을 찾겠다.
기다리고 있다. 이런 작품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