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구 소련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는 1988년 툴루즈 성악 콩쿠르에서도 우승한다. 1989년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는 영국에서 열린 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브린 터펠 등 경쟁자들과 각축을 벌인 끝에 우승,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였다. 이 후, 필립스 레이블과 전속 계약하며 세계적인 바리톤으로의 발판을 마련한다. 콩쿠르 우승직후 가진 런던 위그모어 홀의 공연을 영국의 유력지 ‘The TIMES’는 “그는 왔노라, 노래했노라, 정복했노라(He came, he sang, he conquered.)”라고 표현했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는 그의 음악 세계 상당 부분을 조국 러시아 예술의 진수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 힘쓰고 있다. 특히 러시안 교회음악의 중흥에 깊은 관심을 가져 상트 페테르부르크 챔버 콰이어와 함께 ‘CREDO’라는 음반을 발매하기도 하였고, 러시아의 오페라, 민요, 무소르그스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아 작곡가의 곡들을 꾸준하게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음악 세계는 러시아 음악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과 천재적인 해석력으로 러시아 창법과는 확연히 다른 로시니, 벨리니, 도니제티 등의 벨칸토 오페라를 단시간 안에 정복하였으며, 특히 베르디, 모차르트 오페라에서는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불타 오르는 음성으로 추앙 받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Pique Dame)’으로 서방세계에 데뷔를 가진 그는 이후 급속히 성장하였다. 이후 런던, 뮌헨, 베를린, 밀라노, 비엔나, 쾰른, 부에노스 아이레스, 뉴욕, 시카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망라하는 전세계의 주요 오페라 하우스에 캐스팅 되었고 특히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Le Nozze di Figaro)’에 백작 역으로 출연하여 큰 호평을 받았다. 그가 소화하는 오페라 배역은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 ‘돈 지오반니’의 주인공, 로시니의 ‘세빌랴의 이발사’의 피가로, 베르디의 ‘돈 카를로’의 포사,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의 오네긴, 그리고 최근의 ‘리골렛토’의 주역 등 그 폭이 매우 넓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는 음반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여 현재까지 약 33여 개의 음반을 발표했다. 주빈 메타와 함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함께 오페라 ‘돈 카를로(Don Carlo)’를 전막 녹음하였으며 발레리 게르기에프가 지휘한 키로프 오페라단의 무소르그스키의 ‘죽음의 노래와 춤(Songs and Dances of Death)’ 등을 녹음하기도 하였다. 또한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Pique Dame)’과 ‘이올란타 (Iolanta)’, 그리고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황제의 신부(The Tsar’s Bride)’를 녹음하였다. 또한 2000년에는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를 배경으로 극화한 영화 ‘Don Giovanni Unmasked’에 1인 2역으로 호연을 펼친 바 있다. 현재는 델로스(Delos) 레이블에서 녹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국내 발매될 앨범 “Where are you, my brothers?”에서는 드라마 ‘모래시계’에 삽입되어 친숙한 ‘백학(Cranes)’를 불러 국내 팬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