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라는 각자의 초상
고전극에 공연 시간만 130분가량 되어서 지루할까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힘을 줘야 할 부분과 빼야 할 부분을 잘 살려서 극이 전체적으로 리드미컬하고 풍성하게 표현되었다.
특히 임윤비 배우의 폭발적인 연기가 압도적이었다. 배우 고유의 아우라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극대화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연기 변신이 충격적이라 개인적으로 완전히 빨려들어갔다. 또한 아들인 뜨레쁠레프 역의 임묵 배우와의 호흡이 잘맞아서 극이 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임윤비, 임묵 캐스팅 강추합니다! 몰입감 최고!
그리고 뽈리나 역의 허안나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간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감성적인 연기가 관객의 마음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원작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각 역할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이 가미되어서 지금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도 충분히 설득력있게 와닿았을만한 극으로 완성된 것 같다.
자신만의 세계를 원하지만 답답한 현실 속에서 꾸역꾸역 살아가야하는 인물, 설렘을 가지고 꿈꾸었던 세상에 뛰어 들었으나 실패로 인해 날개가 꺾인 인물, 동경하는 것을 버리고 쉬운 선택지로 도망치는 인물. 바로 뜨레쁠레프와 니나, 마샤와 같은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까. 이들 모두가 갈매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린의 영지에 있는 호수는 갈매기가 먹이를 구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터전이다. 하지만 호수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각자가 갈망하는 존재나 꿈꾸는 삶의 방향은 변화하고 도저히 제대로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이런 비극이 갈매기의 죽음으로 형상화된 것 같다.
화려함과 명성 속에 살지만 그것에 매몰되어 신의나 가족간의 유대 등 다른 중요한 가치에는 무심하고 매몰찬 아르까지나와 뜨레고린과 같은 인물들 역시 현실감 있게 그려져서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무대 공간은 심플하지만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배경처럼 세트를 가득 채워서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었다. 인물의 동선이 자연스러워서 관객이 따라가기 수월했고, 대사에 집중하기 쉽게 연출된 점이 좋았다.
연극 ''2025 갈매기''는 안톤체홉의 작품이 왜 현대에도 오랫동안 공연되는지 알게 했던 공연이었다.
소극장 연극의 진수를 보여준 명작이다.
세계 최고의 갈매기다. 자랑스럽다.
특히 김소희 배우의 연기는 정말 압도적이다.
그녀와 동시대를 살아서
그런 신들린 연기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특히 아르까지나와 뜨레쁠레프의
3막 장면은 정말 환상적이다.
출연 배우들 모두,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뤄냈다!
여운이 가시지 않아
잠이 오지 않는다.
부디 더 좋은 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게 되길 빈다.
오랜만에 진짜 연극을 봤다!!!
성공과 명성을 쫒는 오늘의 우리 모습을 보았습니다. 결국은 인내가 필요하구요. 100년 전의 러시아
시대변화상, 신분이동, 새로움을 찾는 지식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무대 소품, 조명, 배경 음악의 섬세함도 느낄 수 있었어요. 주요 인물들의 독백은 숨겨진
묘미가 있어요. 젊은 친구들에게 추천합니다.
극 초반에 나오는 뜨레쁠레프와 니나의 사랑, 니나와 뜨리고린의 사랑, 뜨리고린과 아르까지나와의 관계, 뜨레쁠레프와 마샤와의 관계, 마샤와 도른의 관계, 뽈리나와 메드베젠꼬와의 관계 등의 복잡한 일방적 혹은 쌍방간의 사랑 관계가 나열되면서 극 초반 얽히고 설킨 애정관계에 정신없이 보게되다가 그러한 관계들로 벌어지는 한순간의 코믹한 요소보다는 결국 어느 한 인물도 스스로가 원하는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현상에 대한 아픔이랄까... 특히, 뜨레쁠레프의 선택과 니나의 선택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들더군요. 팜플렛에서 언급했던 연출평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체홉의 코미디란 이야기만 빼고요... ^^;;;
좋은 연극을 본 하루는 너무나 즐겁습니다. 이번에 본 캐스팅과 다른 캐스팅이 나오는 공연으로 또 한번 보고싶네요.
콘스탄틴 정이헌 배우 1막 뜬 호흡으로 불안했으나 서서히 중심히 잡혀가다 4막에선 꼬스챠 그 자체로 보여집니다.
니나 한이채 배우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원작 대비 깊이와 해석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변진수 메드베쩬꼬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어찌 그리 편안하게 하시는지요. 등장하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퇴장까지 살아있는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마샤역 맡으신 문재경 배우 매우 좋았습니다. 여지껏 본 중 가장 섹시한 마샤였어요. 납득이 됩니다. 안정적이고요.
허안나 뽈리나. 배우 특유의 개인기로 그냥 지나갈 장면들도 유려하게 살려내십니다. 관람 이후 코미디언 출신인걸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강진휘 도른. 역시나 두 말 할 것 없이 안정적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과감한 순간이 있었어도 좋겠겠다 싶습니더.
쏘린 임형택. 말의 맛을 가장 잘 살려냅니다. 편안해 보였고 흥미로웠고요. 때때로 과하단 느낌도 조금은 듭니다.
샤므라예프 정준영. 비교적 소모적인 인물로 그려진게 아쉽습니다.
박종환 뜨리고린. 박종환의 뜨리고린 캐스팅 소식을 알았을때 굉장히 흥분되었습니다. 영화 팬으로서 그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알아요. 박종환을 데려다가 이렇게 쓴 것은 범죄입니다.. 배우 스스로 연극 연기나 화술에 대한 굉장한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스로 그것을 인지하는지 집중도 많은 순간 흐트려져 보여요
김소희 아르까지나. 다소 충격적입니다. 반짝반짝 빛납니다. 명성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너무 뜨거워 바라보기 어려울 지경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연극'이 인간화 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엔딩에서 아이처럼 빙고놀이 하는 모습은 오래고 가슴에 맴돌 것 같습니다. 오래 보고 싶습니다.
극중 꼬스챠의 깨달음처럼 새로운 형식이 눈에 띄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연극이야말로 진정한 배우 예술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만들고 증명하는 귀한 작품이며, 그로톱스키의 말마따나 '내 인생은 어찌할꼬-' 결심하게 만드는 근사한 공연이었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간
: 3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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