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전해주는 감정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비오는 봄날에 맞는 정말 서정적인 공였이였어요. 특히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서정성이 오케스트라와 빛났고, 그 중에서도 관악기와의 시너지가 정말 인상깊은 공연이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봄밤의 설렘을 안고 찾은 콘서트홀. 오늘 무대는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첫 곡은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연주로 시작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이 곡은 화려함보다는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랑하는 아내 클라라를 위한 헌사처럼 들린다.

라쉬코프스키는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터치로 슈만 특유의 내면적 서정을 그려냈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교감하는 모습에 마음이 포근해졌다.

이어진 무대는 오늘의 백미, 손정범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시작부터 어두운 저음이 울려 퍼지며, 깊은 고뇌와 희망이 교차하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우울증에서 벗어난 뒤 작곡한 회복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손정범은 부드럽고 깊이 있는 음색으로 그 감정의 스펙트럼을 세밀하게 풀어냈다.

폭발적인 감정과 서정의 물결 속에서, 관객의 숨소리마저 음악의 일부가 된 듯한 몰입감. 그의 진심 어린 연주에 관객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휴식 후, 라쉬코프스키가 다시 무대에 올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려주었다. 피아니스트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극도로 난해한 이 곡은, 기술적 정점을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극적인 감성을 담아야 한다.

그는 고난도의 음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깊은 서사와 울림을 만들어냈다. 긴장과 해방, 고요와 폭풍이 교차하는 40분간의 여정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오늘 무대는 단순한 협연이 아닌, 두 명의 예술가와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빚어낸 깊이 있는 낭만의 서사시였다. 특히 손정범의 라흐마니노프 2번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음악의 위로를 되새기게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