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모 얘기와 홍콩 시위 현장의 이야기가 오락가락 교차하며 아주 적절히 잘 계산된 비율로 웃음과 진지함을 둘 다 잡은 점 높이 삽니다. 80년대와 90년대 초 홍콩 영화 전성기를 떠올리며 우리가 열광했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홍콩의 시위 장면 속에서 대한민국의 과거사도 같이 돌아보게 만들었네요.

당시에만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잊어버린 이웃나라의 현 상황을 다시 궁금하게 만든 교육적 효과도 있어요. 홍콩 대학생들이 그 와중에도 K-Pop을 떠들며 BTS 춤을 따라하는 장면에서는 세상만사 돌고 도는 것을 느끼게도 했네요 덕질을 하는 개인에 대한 이해도 높여주었습니다. 누군가 혹은 무엇에 ’입덕‘해서 열렬하게 최선을 다 하는 팬심에는 그 대상이 그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었던 개인의 시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각자 한뼘씩 성장하며 끝난 훈훈한 마무리도 좋았습니다.

가장 잼있었던 장면은 장국영을사랑하는모임의 <천녀유혼>재연입니다. 과거 추억이 떠올라요. 여기에 홍콩우산시위가 오버랩되는데 시위진압장면에선 너무 서글프네요

저는 20대 여성 관객입니다, 장국영 배우의 영화를 본 적은 한 번도 없고 여러 드라마나 예능 자료화면과 패러디로만 알고 있었어요 근데도 거의 모든 장면에서 웃고 울며 공감할 수 있는 멋진 연극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있었던 투쟁들을 대부분 직접 겪진 못한 세대임에도 홍콩 시위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정말 크게 오열하기도 했네요..ㅎㅎ 배우분들 한 분 한 분 정말 매력이 컸고, 110분인데도 이렇게 순식간에 흘러간 연극은 처음이에요! 저 원래 뮤지컬 보다가도 지루해지면 가끔 졸거든요 ㅎㅎㅎㅎ 너무너무 재밌으니까 폐막 전 꼭꼭 보러가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1열에서 보았는데, 앞열도 몰입에 있어 좋지만 뒷열이어도 한눈에 감상하기 좋을 거에요!

20여명 가까운 배우가 출연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열정를 보여줌. 다만, 극중 극의 지나친 분량, 자살, 동성애, 구타, 유혈, OST 등 관심과 흥행을 얻기위한 다양한 장치가 너무 많이 사용되다 보니 정작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혼란함과 피곤함을 준다. 한 절반은 걷어내고 집중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서 과거와 현재, 한국과 홍콩, 영화와 실재의 화해 등 어느 측면에서든 짜임새 있게 보여 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갔음에도 보기가 힘들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