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진들의 의도와 완전히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이 연극의 내용이 삶과 현대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특히 가장 좋았던 로라vs에스터,밸 씬! 누가 더 어렵고 힘드나를 주제로 싸웠는데 이 씬에서 현대사람들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배우가 더 어려울까 무대조감독이 더 어려울까.. 에스터는 연기를 할 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감정을 싣는 반면에, 로라는 연기는 그냥 대본을 읽으며 행동만 하면 끝이라고 한다. 이 둘의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까닭은 단 하나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배우 입장에서 연기는 자신의 모든 것이니 그 무엇보다도 값져 보일 것이다. 로라 또한 자신의 일이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감독 입장에서 감독 일은 세상에서 가장 수고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 장면에서도 현대사람들의 면모를 보았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들.. 공감능력이 현저히 부족해진 현대인들을 풍자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연극은 오랜만이라서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정말 힘들게 잡은 자리여서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고기기는 보고나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순재 배우님과 최민호 배우님의 페어로 관람하였습니다. 원작소설이랑 연극이 매우 어렵다고 들었던터라 보러 가기전부터 꽤나 긴장을 했었는데 연극이 시작되니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관람하였습니다. 꼰대와 연륜있는 배우 어디쯤에 있는 에스터와 열정 가득하지만 어리숙한 밸 그리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로라. 연극을 보고 나니 진정한 '고도'가 뭔지 알고싶어지면서 원작이 궁금해지고 다른 페어가 궁금해지네요!

어색한 제목과 다르게 굉장히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를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 각자의 고도가 있지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원작을 읽어보지못했는데, 연극을 관람하니 호기심이 생겨서 원작도 읽어보려합니다. 연륜과 여유가 느껴지는 이순재 배우님의 연기와 뮤지컬 배우로만 알고 있던 카이님의 연극공연이 인상적이였습니다. 두분 모두 다양한 작품에서 계속 뵙고 싶습니다

마지막 커튼콜에서 순재 에스터와 카이 밸은 무대를 바라보고 연극을 시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는 욕구를 끊임없이 내뱉습니다.
그것이 욕구가 아닌, 이상이라는 것을 관객들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상을 꿈꾸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들을 대변해주는 것이 로라 라고 생각합니다.
로라는 그저 당장 해치워야 할 현실들만 우르르 있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녀를 바라보면서 저와 닮지 않았나 생각도 했습니다ㅎ
이상을 쫓기보단, 현실에 치이는 사람이 더 많기도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터와 밸의 고도가 기대되는 점은 그들은 착실하게 노력했고, 준비했기 때문일겁니다.
그 어느 때에 갑자기 고도가 다가오더라도 그들은 그것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들이겠지요.
그래서 커튼콜의 모습이 인상깊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고도를 잡기 위한 발돋움같은 모습이었으니까요.

카이 밸은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이 이뤄준 그 기회를, 순재 에스터는 밸에게 우리의 고도는 그녀였음을 말해주며 어떻게든 시작하려 하죠.
어찌보면 참 요상하다라고 느낄만한 결말인데 그 두 사람이 서사적으로 잘 풀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고도가 앞으로도 참 기대가 되는 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