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좀처럼 인생의 방향을 종잡지 못하는데
동굴 속을 헤매고 있으니
꿈이 계속되고 있으니
길을 잃었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늙은 아들과 젊은 아버지의 대면이라는 장면은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기에는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고
단지 아버지의 얼굴을 답으로 그려내기 위한 잠시의 추억 한 토막으로만 남겨졌을뿐.
길을 찾기 위한 열쇠는 어디에 있었던가.

카자흐스탄의 우슈토베 지역 고려인의 무덤과 구석기 벽화가 그려진 동굴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며 관객에게 기억이 얼마나 소중하고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며 오래전 그 동굴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꿈을 분석해 보면 내가 잊고 싶은건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기억의 지배속에서 성격형성도 선택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은 사실이 아니고 우리가 편집해 재구성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정확한 기억을 하지 못해 기억에만 의존해 사실을 믿는것은 극히 위험하다.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부정적 기억을 만들고~ 보통 사람은 자신이 잘못한 사실도 오히려 타인의 잘못으로 재구성해 기억하므로 어떤 객관적 사실은 정말 사진이나 객관적 자료에 기대야겠지만~ 역사조차 승자의 기록이니~ 기억의 자리는 인간 내면의 기억을 다루는 심리극이지만 동굴의 형태를 빌어와 자연스레 침잠해 관객도 아마 깊은 본인의 기억의 구석을 보고 나왔으리라.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병과 건강, 강제이주민들의 애환과 개개인의 아픈 역사, 전쟁과 현재...많은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자연스레 몰입해 마지막 그림 그리고 있는 내면아이까지 나오며 극을 반전해 끝내다니~♡ 어둡지만 참신한 시도였다~ 새로운 좋은 창의적 실험극을 홍익대 아트센타 소극장에서 볼수 있어 넘 좋았다.

희미하게 옅어진 기억의 자리에 분명하고 선명하게 남아 있을 감정에 대해. 덮는다고 해서, 외면한다고 해서 사사라지지 않는. 언젠가, 어느순간에, 언제든 덮쳐올 그 감정의 일렁임을 잊어버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음을. 천천히 되짚어가며, 생각하며, 힘들고 버겁더라도 똑바로 마주함으로서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괜찮아지는''삶 임을. 공연을 보며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보람작가님의 작품은 언제나 다양한 사회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결국 그 중심에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서 좋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기억의 자리" (작:이보람 연출:권지현 조명:노명준 음악:김정용 음향:정혜수 출연:박기륭, 이윤재, 김진복, 김미림, 최연석 재작:보편적 극단 극장: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별점:★★★☆☆) 2018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 NEWStage 다섯번째 작품이다. 객석은 삼면으로 되어 있고 그 사이로 구조물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무대는 극의 배경인 카자흐스탄의 어는 동굴을 나타내고 있다. 동욱은 자신의 고향에 개관하는 박물관에 이 곳의 동굴벽화를 복제,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리고, 동욱은 자꾸 이상한 꿈을 꾸게 되는데... 중간에 조금 지루한 부분이 있었으나 배우분들의 연기는 좋았다. 조명과 음향이 극을 잘 받쳐 주었다.

모든 배우들의 개릭터와 연기력에 다른 생각을 할 틈 없이 끝까지 집중하여 보았습니다. 공간활용이 좋아서 상상력을 자극시키기 충족했습니다. 남자배우분들의 표정 연기도 좋았고 홍일점인 여자 배우님의 캐릭터 잡힌 역할과 디테일한 연기력도 너무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같은 멤버로 공연한다면 한번쯤 다시 다른각도에서 보고 싶은 연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