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듯한 옴니버스로 연결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었는데 에피소드 취향이 많이 갈렸던것 같다. 하지만 재치있는 연출이 기억에 남고 배우분들이 굉장히 열정넘치셔서 허리아픈걸(...) 잊기도 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어요

저에겐 많이 어려웠고 난해했던 연극이었어요

극중에서 다리가 노끈에 묶이고 목이 그물에 걸린 비둘기 역할을 하는데, 벗어나려는 노력도 의미있고, 그 과정에서 몸을 많이 사용하는 극이 특별하고 때로는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안스럽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정말 미래에 지금의 온난화와는 정반대되는 기후변화로 겨울을 제외한 다른 계절은 볼 수 없게 될까 아름다운 꽃을 보기 어려워 질까 하는 생각에 위기의식이 들면서, 현재 우리가 누리는 평범해 보이지만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고 잘 지켜나가기 위해 행동으로 착수할 때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연극에는 환경 파괴와 오염으로 다른 계절이 사라진 채 겨울만 남은 먼 혹은 근 미래 지구의. 그러나 처지는 달라진 게 별로 없는 소극장 무대에 서는 연극 배우들이 등장한다. 분명 SF장르이고 가상의 공간인데 그들의 사연이나 사정이나 이야기는 2025년 지금 현실과 마치 다른 평행이론의 공간처럼 맞닿아 있다.

이를테면, 분명 지원을 받고 싶었을 것이나 신인 극단으로 지원공모사업에서 떨어졌을 법한 얼라상자는 자체 노력으로 지원 한푼 없이 연극을 올렸을 것이다. 하여 단 3일 공연 일정에 극장도 으슥한 곳에 소극장 환경도 열악하다. 무대 세트랄 것도 없고, 짐작 혹은 상상하자면 일주일 정도 대관을 해서 조명, 무대를 후다닥 세팅해서 준비를 하고 리허설을 올리고, 금토일 공연을 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 다른 계절이 궁금한 이들은 다른 계절에 이 작품을 혹은 차기 작품을 올리기란 매우 요원한 것이다. 냉정한 연극인으로 현실은 그들이 설정한 혹한과 다르지 않다. 극중 인물들은 연극 배우들로 열정에 충만한 막내 배우와 인형탈을 쓰더라도 연극판의 고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10년 차 선배와 폭설로 결국 무대에서 서지 못한 고참이 있다.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우당탕 전혀 다른 전개와 결말로 연극이 끝나고 빈 무대 위에서 망했다, 지긋지긋한 연극판 더 이상은 무리다 싶은 그 순간 고참 배우가 헐레벌떡 극장에 들어온다.

배우 셋이 등장하는 바, 이 한 장면을 위해 조연출 역 문요한 배우가 1인 2역을 한다. 굳이 왜 1인2역을 하면서까지 선배를 등장시켰을까. 그렇다면 선배는 왜 극장을 왔을까. 잠깐 등장하는 짧은 장면은 사실 연극이 사전 녹화하는 매체와 달리 세상 어떤 작품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배우가 실제 무대에 서는 이상 변수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고, 관객 만 모를 뿐 매번 같은 작품도 아니다.

조연출이 배우로 서고 무대 오퍼를 AI에게 맡긴 최악의 상황은 사실 AI의 맹렬한 진화로 곧 실현가능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배우 만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극중 엉뚱한 변수에-극중극은 고도를 기다리며, 와 유사하다-배우는 연출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연기를 자아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느끼는 해방감, 일종의 득도 혹은 변화의 단초는 겨울 밖에 없어 생화가 금처럼 귀한 시절, 그들의 몸에서 꽃이 피어나는 2부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이어진다.

무대와 알바, 극장 안과 밖, 그들의 각박한 현실은 그대로일지 모르나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 혹 배우가 아니어도 어떤 인생을 살든 멋진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 얼라상자는 막 시작한 극단이지만 당장 아기자기하고 정성을 쏟은 예사롭지 않은 포스터를 비롯해 티켓도 그렇고, 연출 작가를 비롯해 연극을 올린 경험이 있는 조합이다.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 더 좋은 여건에서 관객들과 만나길 응원한다.*

오랜만에 연극 보러 왔다가 비둘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참신한 발상에 놀라고, 이런 게 연극 보는 맛이구나 느끼고, 기분 좋은 추억 안고 갑니다??